[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성명서]
대한민국 정부의 “사형집행 모라토리움” 결의안
찬성 표결을 환영합니다.
2020년 11월 17일(화)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움’ 결의안이 채택되었습니다. 2007년 첫 번째 결의안 채택을 시작으로 여덟 번째로 채택된 이번 결의안에 대한민국 정부가 최초로 찬성 표결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가장 근본이 되는 기본권인 생명권을 보호하려는 국제사회와 국내의 종교·인권·시민단체들의 노력에 동참하였다는 큰 의미를 지니는 일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공식기구로 설립한 이후, 매년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들을 향해 사형제도 폐지가 대한민국의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호소하며 타종교, 시민사회와 연대해 왔습니다.
매 국회마다 10만명 가량의 천주교인들이 서명한 사형제도폐지특별법 입법청원서를 제출하였고 헌법재판소에는 사형을 형벌의 한 종류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 조항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대통령과 정부에게 완전한 사형제도 폐지의 전 단계로 사형집행을 중단하는 모라토리움 선언을 촉구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지난 23년간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입니다. 하지만 지난 일곱 번의 사형집행 모라토리움 결의안에 기권으로 일관하였고 사형제도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유엔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을 미루어 온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이번에 대한민국 정부가 처음으로 사형집행 모라토리움 결의안에 찬성 표결을 하고 정부의 대표가 결의안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한 것은 우리 사회가 완전한 사형폐지로 나아가는 매우 큰 걸음임이 분명합니다.
이번 결의안에는 일부 국가에서 지속되고 있는 사형집행에 대한 깊은 우려와 사형집행에 대한 점진적 제한과 아동·임산부·지적장애인에 대한 사형 선고 제한, 사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 축소, 투명하고 공정한 사면 심사 보장,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 사형제도 폐지를 염두에 둔 사형집행 모라토리움 선언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유엔 총회의 결의는 원칙적으로 권고적 효력만을 지니고 있어 우리 정부가 이러한 내용의 유엔 결의안에 찬성 표결 한 것만으로 사형제도가 즉각 폐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국회 입법을 통한 사형제도 폐지에 다가가는 일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법무부와 외교부 등 이번 결의안 찬성 표결을 위해 애쓴 정부 인사들을 비롯하여, 지난 수십 년간 이 땅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애써온 종교인들과 인권활동가들께 감사드립니다.
2020년 11월 18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 기 현 주교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