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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 반포 25주년을 맞이하여 보내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서한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06-12 조회수 : 3043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Ut Unum Sint) 반포 25주년을 맞이하여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에게 보내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서한

 

 

  사랑하는 형제인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쿠르트 코흐 추기경님께,

 

  내일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Ut Unum Sint)를 반포하신 지 2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2000년 대희년의 지평을 바라보시면서, 교회가 제삼천년기로 나아가는 여정에서 스승이신 주님의 간절한 기도, 곧 “모두 하나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 하고 바치신 그 기도를 깊이 새기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이 회칙을 통하여 가톨릭 교회의 일치에 대한 투신을 “돌이킬 수 없는”(「하나 되게 하소서」, 3항) 길이라고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주님 승천 대축일에 이 회칙을 발표하시어 다양성 안의 일치를 만들어 내는 장인(匠人)이신 성령의 손길에 이를 맡기셨습니다. 그때와 똑같은 전례적 영적 맥락 안에 있는 우리도 이를 기념하며 하느님 백성에게 다시 한번 제안하고자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인식한 대로, 그리스도인 일치 회복 운동은 “성령의 은총에 힘입어 일어난”(일치 교령 1항) 것입니다. 또한 공의회는 “은총과 봉사 직무를 나누어 주시는” 성령께서 “교회 일치의 원리가 되신다.”(일치 교령 2항) 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나 되게 하소서」는 “정당한 다양성은 교회 일치에 전혀 장애가 되지 않고 오히려 교회의 위상을 드높이고 교회의 사명을 완수하는 데에 크게 이바지한다.”(「하나 되게 하소서」, 50항)라고 거듭 단언합니다. 참으로 “다양성에 불을 밝히고 증대시키는 동시에 일치를 이루어내는 일은 성령께서만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 교회에 화합을 가져다주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대 바실리오 성인의 말씀대로, “성령께서는 그 자체가 화합”(세인트 스피릿 주교좌 성당에서 한 강론, 터키 이스탄불, 2014.11.29.)이시기 때문입니다.

 

  이 기념일을 맞이하여, 우리가 완전한 친교를 찾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여정을 나아가도록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는 우리가 더욱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고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조바심에도 공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일들에 대한 믿음과 감사를 등한시해서는 안 됩니다. 수백 수천 년 묵은 상처들을 치유하고자 근래 수십 년 동안 많은 진전이 이루어졌습니다. 서로에 대한 앎과 존중이 자라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 편견들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학적 대화와 사랑의 대화가 펼쳐졌습니다. 또한 사목적 차원으로든 문화적 차원으로든 다양한 형태로 생명의 대화를 위한 협력이 있었습니다. 지금 저는 다양한 교회와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맡고 있는 친애하는 형제 지도자들을 생각합니다. 우리와 함께 이 여정을 걷고 있는 모든 그리스도교 전통의 형제자매들도 생각합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처럼 우리 또한 우리 곁에 함께 걸어가시며 성경에 대하여 설명해 주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느낍시다. 또한 우리가 한 식탁에 모여 성찬례를 거행할 날을 기다리며 빵의 나눔 안에서 그분을 알아뵙기를 기원합니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에서 일해 온 모든 사람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이 목표에 대한 인식을 교회 안에 생생히 지켜나가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저는 두 가지 새로운 계획들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첫 번째 계획은 2020년 가을에 발표될 예정인 「주교들을 위한 일치 운동 편람」(Ecumenical Vademecum for Bishops)입니다. 이는 주교들이 일치 운동을 위한 책임을 다하는 데에 격려와 안내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일치를 위한 봉사는 개별 주교의 사명에서 본질적 측면입니다. 개별 주교는 자기 개별 교회 안에서 “일치의 영구적이고 가시적인 근원이며 토대가 됩니다”(교회 헌장 23항; 참조: 교회법 제383조 3항; 동방 교회법 제902-908조). 두 번째 계획은 간행물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 관보』 (Acta Oecumenica)의 출간입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의 정보 서비스를 개편함으로써 일치를 위하여 봉사하는 모든 일꾼을 돕고자 함입니다.

 

  온전한 일치로 나아가는 여정에서는 이미 거쳐 온 여정을 기억하는 일도,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를 통하여 그 지평을 살펴보고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하나 되게 하소서」, 77항) 물어보는 일도 중요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습니다. 일치는 근본적으로 우리 활동의 결과물이 아니라 성령의 은총입니다. “일치는 마침내 기적처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정을 걸어감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 안에서 성령께서 이루어 주시는 것입니다”(저녁 기도 강론, 성 바오로 대성전, 2014.1.25.). 성령께서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여 주시고, 모든 이가 새로운 열정으로 일치 운동을 위하여 일하라는 호소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굳은 믿음으로 청합시다. 성령께서 새로운 예언적 몸짓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시고 모든 그리스도 제자의 형제적 사랑을 굳건히 해 주시기를 간구합시다. 그리하여 “세상이 믿게 하고”(요한 17,21),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더욱더 찬양하게 합시다. 
              

바티칸에서
2020년 5월 24일
 
프란치스코

 

 

<원문: Letter of His Holiness Pope Francis to the Cardinal Kurt Koch for the Twenty-fifth Anniversary of Saint John Paul II’s Encyclical Letter Ut Unum Sint, 2020.5.24., 영어와 이탈리아어>   

    

영어:
http://www.vatican.va/content/francesco/en/letters/2020/documents/papa-francesco_20200524_lettera-card-koch.html

 

이탈리아어:
http://www.vatican.va/content/francesco/it/letters/2020/documents/papa-francesco_20200524_lettera-card-koch.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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