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2020년 부처님 오신 날에 불자들에게 보내는 경축 메시지
(2020년 4월 30일)
자비와 형제애의 문화를 함께 이룩해 나가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
친애하는 벗들인 불자 여러분,
1.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를 대표하여 전 세계 불자 여러분과 모든 불교 공동체에게 진심 어린 인사와 축원을 드립니다. 종교간대화평의회가 이 은혜로운 기회를 빌려 여러분께 인사를 드린 지 스물네 해가 지났습니다. 스물다섯 번째 해가 되는 올해에도 이처럼 전통이 된 경축 메시지를 보내며, 여러분의 다양한 불교 전통들과 함께 누리는 우리의 우정과 협력의 유대를 새롭게 다질 수 있어서 기쁩니다.
2. 올해 우리는 ‘자비와 형제애의 문화를 함께 이룩해 나가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라는 주제에 관하여 여러분과 함께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 종교 전통들은 모두 영적인 것을 추구하고 증언하며 상처 입은 인류와 지구를 위하여 봉사하면서, 자비와 형제애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3. 문서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Document on Human Fraternity for World Peace and Living Together)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종교들의 참다운 가르침들은, 우리가 평화의 가치들 안에 늘 뿌리내리고서, 상호 이해, 인간의 형제애, 조화로운 공존의 가치들을 수호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지난해 11월 태국에서 불교 최고 지도자를 만나셨을 때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좋은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 종교인들 가운데에서 새로운 사랑의 구체적 계획들을 개발하고 촉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형제애의 길에서, 특히 가난한 이들은 물론 너무나 함부로 대하는 우리 공동의 집과 관련하여, 우리가 함께 앞장서서 실천적인 계획들을 추진하고 증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는 바로 여기에서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자비와 형제애와 만남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 이바지할 것입니다”(프란치스코, 불교 최고 지도자 예방에서 한 연설, 방콕, 2019.11.21. 참조).
4.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싯다르타 왕자가 삭발하고 왕자 신분을 버린 채 지혜를 찾아 출가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싯다르타는 베나레스에서 자신이 입고 있던 비단옷을 벗고 소박한 승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싯다르타의 이 고결한 행동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행동을 떠올리게 해 줍니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필리 2,7)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었던”(마태 8,20)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 바람으로, 프란치스코 성인도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입고 있던 좋은 옷을 벗고 거지의 남루한 옷으로 갈아입었던 것입니다. 싯다르타와 프란치스코의 모범과 그 제자들의 모범을 본받아,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하여 초연한 삶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렇게 할 때에, 우리는 인류와 생태 환경의 고통을 덜어 주는 자비와 형제애의 문화를 증진시키는 데에 더욱더 기꺼이 헌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 의존은 우리가 자비와 형제애의 주제를 다시 살펴보게 합니다. 여러분의 우정에 감사드리며 불자 여러분에게 겸허하게 부탁드립니다. 오늘날 세상에서 자무량심(慈無量心)과 형제애를 증진하는 일에서 여러분의 벗인 그리스도인들과 함께하고 지지해 주십시오.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은 서로에게서 날마다 더 큰 배려와 인정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이처럼 우리는 계속 협력 방법을 모색하여 우리의 상호 관계가 모든 중생과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위한 복의 원천이 되게 할 수 있습니다.
6. 우리의 지속적인 보편적 연대를 보장하려면, 우리 공동 ‘여정’에 대한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목적으로, 2020년 10월 15일에 ‘교육에 관한 세계 협약의의 쇄신’(Reinventing the Global Compact on Education)을 주제로 국제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 만남을 통하여, 젊은 세대들을 위하여 그리고 젊은 세대들과 함께하는 우리의 헌신적 노력을 되살리고, 더욱 열려 있고 포용적인 교육을 위한 열정을 새롭게 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참을성 있게 들어 주고 건설적으로 대화하며 서로 이해하는 교육입니다”(교황 프란치스코, 교육에 관한 세계 협약의 주창을 위한 메시지, 2019.9.12.). 개인적으로도 여러분 공동체 차원에서도, 새로운 인류애를 함양하고자 하는 이 계획을 증진하는 데에 모든 이와 협력하여 줄 것을 불자 여러분께 당부드립니다. 우리는,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깊이 간직해 온 가치들을 실천하며 사회적 해악의 원인들을 뿌리 뽑으려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기쁩니다.
7. 코로나바이러스 질병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이들과 그들을 보살피고 있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믿는 이들이 희망과 자비와 사랑으로 이 힘든 시기를 잘 이겨 내도록 그들의 용기를 북돋워 줍시다. 8. 친애하는 벗들인 불자 여러분, 이러한 우정과 협력의 마음으로 다시 한번 평화롭고 기쁨이 넘치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의장
미겔 앙헬 아유소 기소 추기경
사무총장 코디투와꾸 칸카남 인두닐 자나카 몬시뇰
<원문 Pontifical Council for Interreligious Dialogue, Message for the Feast of Vesakh/Hanamatsuri 2020, Buddhists and Christians: Constructing a Culture of Compassion and Fraternity, 영어와 이탈리아어>영어: http://www.vatican.va/roman_curia/pontifical_councils/interelg/documents/rc_pc_interelg_doc_20200402_vesakh-2020_en.html이탈리아어: http://www.vatican.va/roman_curia/pontifical_councils/interelg/documents/rc_pc_interelg_doc_20200402_vesakh-2020_i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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