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저희가 생명의 빛을 받아 부활하게 하소서”
†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
신앙의 기쁨! 젊은이와 함께!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1. 평화의 원천이신 예수 그리스도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 인사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주님께서 건네시는 평화는 당신 친히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으로써 누리는 평화입니다. 이 평화는 세상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고 화해하심으로써 얻은 참된 평화입니다. 우리는 주님 친히 이루신 평화를 받아 누리며 기뻐합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묵시 21,4. 공동번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주님께서 주시는 참 평화를 세상에 나아가 선포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주시는 평화를 세상도 깨달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2. 세상의 불안한 평화
하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죽음이 만연하고, 슬픔과 울부짖음, 고통이 끊이질 않습니다. 서로 시기하고 불목하여 상처를 주고받으며, 힘의 논리에 의한 폭력과 불의에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세상이 누리는 평화는 억눌린 자들의 침묵으로 유지되는 불안한 평화입니다. 세상은 더 강한 힘으로 약자들을 억압하며 자신들만의 평화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힘으로 유지되는 평화는 참 평화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억압받는 자들의 분노로 가득 찬 침묵의 절규가 담겨 있습니다. 겉으로는 평화스러워 보이지만 고통으로 일그러진 슬픈 상처와 아픔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이들의 분노가, 이들의 고통이 함성이 되어 참 평화를 일깨우는 외침으로 울려 퍼질 것입니다.
3. 평화를 위한 외침들
우리는 100년 전 3월, 우리 산하에 울려 퍼진 만세의 함성을 기억합니다. 힘없고 보잘것없는 이들이 거리로, 들판으로 뛰쳐나와 나라의 독립을, 민족의 해방을,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며 두 손 높이 들어 외친 “만세!”의 부르짖음을 기억합니다. 강자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힘없이 온갖 착취와 수모를 견뎌야 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참다못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백성들을 기억합니다. 그들이 갈망한 것은 인간이기에 존중받음으로써 누리는 평화였습니다. 생명이기에 사랑받음으로써 누리는 평화였습니다. 그렇기에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치켜들고 심장을, 마음을, 목숨을 드러내 보이며 평화를 외쳤던 것입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여전히 대립과 갈등, 억압과 착취로 신음하며 아파하고 있습니다. 힘없는 이들의 평화를 갈망하는 외침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힘없는 이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온갖 형태의 권력자들을 향해, 인간을 존중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4. 하나 되어 누리는 참 평화
우리가 누리는 불안한 평화는 남북으로 갈라진 분단의 현실에서 잘 드러납니다.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변의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주도권을 빼앗긴 채 분단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평화가 이제는 지속 가능한 평화로 바뀌기를 온 백성이 염원하건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애태우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온 백성이 하나 되어 일어나, 민족의 통일을,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는 만세의 외침을 그들에게 들려주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남북이 하나 되어 평화를 누리는 것이지, 분열과 대립으로 불안해하며 강자들의 횡포를 감내하는 것이 아님을 온 천하에 외쳐야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를 온 세상에 나아가 선포한 제자들처럼, 우리도 활기차고 꿋꿋하게 일어나 용서와 화해의 참 평화를 세상에 외쳐야 합니다.
5.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는 언제나 우리의 평화를 위해 하느님께 전구(轉求)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요청하십니다. 우리가 바치는 묵주기도는 성모님의 전구에 의지하며 드리는 평화의 기도입니다. 우리는 이 기도를 통해서 세상의 이기적인 평화를 거부하고, 용서와 화해, 나눔과 희생의 참 평화를 선포합니다. 우리는 기도의 힘을 믿습니다. 지치지 않는 용기로 세상의 참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이 땅에 참 평화가 찾아와 온 겨레가 하나 되어 기쁨 충만한 부활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시다.
수원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9년 4월 21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