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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사순 시기 교황 담화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9-03-05 조회수 : 2857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19년 사순 시기 담화

“사실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로마 8,19)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해마다 어머니인 교회를 통하여 “신자들이 …… 깨끗하고 기쁜 마음으로 파스카 축제를 맞이하게 하셨으며 새 생명을 주는 구원의 신비에 자주 참여하게”(사순 감사송 1)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파스카에서 파스카까지 우리는, 이미 우리가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통하여 받은 구원의 완성을 향한 여정에 나설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로마 8,24). 이 구원의 신비는 우리의 지상 삶 안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와 모든 피조물도 아우르는 역동적인 과정입니다. 바오로 성인이 말씀하신 대로, “사실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로마 8,19). 이러한 전망에서 저는, 다가오는 사순 시기 회개의 여정을 위하여 몇 가지 성찰을 나누고자 합니다.

    1. 피조물의 구원

    파스카 성삼일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전례 주년의 정점입니다. 해마다 이 파스카 성삼일을 거행하며, 그리스도를 닮은 우리 자신이 하느님 자비의 소중한 선물임을 깨닫고(로마 8,29 참조), 이를 준비하는 여정을 시작하도록 부름받습니다.

성령의 인도를 받고(로마 8,14 참조) 자연과 인간 마음에 새겨진 법에서 출발하여 하느님 법을 알고 지키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아갈 때, 곧 속량된 이들로 살아갈 때, 우리는 피조물의 선익에도 이바지하면서 피조물의 구원을 위해 협력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바오로 성인의 말씀대로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의 파스카 신비의 은총을 누리는 모든 사람이 인간 몸의 속량을 통해 완전히 무르익은 은총의 열매들을 온전히 맛보며 살아가기를, 피조물은 고대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거룩한 이들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곧 거룩한 이들의 정신과 육체와 영혼을 변화시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피조물의 찬가”에 아름답게 표현되었듯이(「찬미받으소서」, 87항 참조), 거룩한 이들은 기도와 관상과 예술을 통해 다른 피조물에게도 찬사를 보냅니다. 그러나 구원이 낳은 조화는 이 세상에서 죄와 죽음의 부정적인 힘 때문에 여전히 위협받고 있습니다.

    2. 죄의 파괴력

    실제로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지 않을 때, 우리는 이웃과 다른 피조물들을 향하여 -또한 우리 자신에게도-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게 됩니다. 다소 의도적으로 그들을 우리 마음대로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존중해야 하는 인간 조건과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는 무절제한 삶으로 이어집니다. 무분별한 욕망에 굴복해 버리는 것입니다. 지혜서에서는 이 걷잡을 수 없는 욕망들을 불경한 자들의 전형적인 특징, 곧 하느님을 자기 행동의 기준으로 삼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는 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합니다(지혜 2,1-11 참조). 우리가 파스카를 향하여, 부활의 지평을 향하여 계속 나아가지 않는다면, 분명히 ‘전부 그리고 즉시’ 또는 ‘아무리 많아도 늘 부족하다.’라는 사고방식이 팽배해질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모든 악의 뿌리는 죄입니다. 죄는 처음부터 우리가 하느님과 이웃과 이루는 친교, 그리고 특히 우리 육신을 통해 피조물 자체와 이루는 친교를 단절시켜 버렸습니다. 이와 같이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가 단절되자, 인류가 살아가도록 부름받은 환경과 인간이 이루는 조화로운 관계도 깨져 버렸고, 동산은 황무지가 되고 말았습니다(창세 3,17-18 참조). 인간이 조물주로 자처하고, 피조물의 절대 주인이라고 여기며, 창조주께서 바라시는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리사욕을 위해서 피조물을 이용함으로써 그 밖의 다른 피조물과 타인을 해치는 것, 이 모든 일이 바로 죄가 종용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법인 사랑의 법을 저버릴 때,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합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한 죄는(마르 7,20-23 참조) 안위에 대한 무분별한 추구와 탐욕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다른 이들의 선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자신의 선에 대한 무관심으로 나타납니다. 죄는 한없는 탐욕으로 피조물, 곧 개개인과 환경 모두를 착취하도록 부추깁니다. 이러한 한없는 탐욕은 모든 욕망을 일종의 권리로 여기고, 결국 이에 사로잡힌 자들마저 파괴합니다.


    3. 참회와 용서의 치유력

    피조물은 하느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은“새로운 피조물”이 된 이들입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2코린 5,17). 실제로, 하느님 자녀들이 나타남으로써, 피조물도 파스카를 경축하며 새 하늘과 새 땅에 자신을 열 수 있습니다(묵시 21,1 참조). 파스카를 향한 여정에서, 우리는 참회와 회개와 용서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얼굴과 마음을 새롭게 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파스카 신비의 풍요로운 은총을 온전히 누리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모든 피조물의 이 ‘간절한’ 기다림은 하느님 자녀들이 나타날 때 실현될 것입니다. 곧, 그리스도인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이 회개에 따르는 ‘산고’에 온전히 참여할 때에 실현될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모든 피조물은 “멸망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의 자유를 얻도록” 부름받았습니다(로마 8,21). 사순 시기는 이러한 회개의 성사적 표징입니다. 사순 시기는 그리스도인들이 개인과 가정과 사회 생활에서 무엇보다 단식과 기도와 자선을 통해 파스카 신비를 더욱 깊이 구체적으로 드러내도록 초대합니다.  
   
    단식은 타인과 모든 피조물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꾸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우리의 탐욕을 채우려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우리 마음의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사랑을 위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게 해 줍니다. 기도는 우리에게 우상 숭배와 자만을 버리고 주님과 그분 자비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 줍니다. 자선은 우리가 관장할 수 없는 미래를 스스로 보장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으로 자신만을 위해 살고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게 해 줍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피조물과 우리 각자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계획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 계획은, 우리가 하느님과 우리 형제자매와 온 세상을 사랑하고 이러한 사랑 안에서 우리의 참 행복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보내신 ‘사순 시기’는 그분께서 피조물의 광야로 들어가심으로써 이루어졌습니다. 광야를 원죄가 있기 전에 하느님과 친교를 누리던 동산으로 복원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마르 1,12-13; 이사 51,3 참조). 우리의 사순 시기도 이와 같은 길을 따르는 여정이 되어, 그리스도의 희망을 피조물에게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로써, 피조물은 “멸망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의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로마 8,21). 이 은총의 시기를 헛되이 흘려보내지 맙시다! 우리가 참된 회개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느님께 도움을 청합시다. 우리의 이기심과 자아도취를 뒤로하고 예수님의 파스카를 향해 돌아섭시다. 어려운 우리 형제자매들의 이웃이 되어 우리의 영적 물적 재화를 그들과 함께 나눕시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죄와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를 우리의 삶 안에 실제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모든 피조물에게도 그리스도 승리가 가져다 준 변모의 힘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바티칸에서
2018년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프란치스코
 

<원문 2019 Lenten Message of His Holiness Pope Francis, “For the creation waits with eager longing for the revealing of the children of God”(Rom 8,19), 2018.10.4., 영어, 이탈리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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