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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18년 주님 성탄 대축일 교구장 메시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8-12-21 조회수 : 2975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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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
       신앙의 기쁨! 젊은이와 함께!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으로 세상에 오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1. 우리는 지금 인류 구원을 위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을 기뻐 용약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오심을 기뻐하는 우리는 그분을 제대로 알아보고 그분을 맞아들이는 사람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맞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요한 1,10~11 참조)도 있으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첫선을 보인 모습에서 찾아봅니다. 하느님은 지극히 높으신 분이시지만 이 세상에 보이신 첫 모습은 지극히 높으신 분의 모습이 아니라 그저 여느 아기와 같은 평범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평범하기는 고사하고 마구간에서 비천한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열두 군단이 넘는 천사’(마태 26,53)들을 대동하고 이 세상에 오셨다면 사람들이 열광하며 맞아들였겠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마저 마다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철저히 낮추셨습니다(필리 2,6~11 참조). 이런 까닭에 사람들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맞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천하게 태어나신 하느님을 우리의 구세주로 알아보고 맞이하는 우리는 세상 사람들과 구별되는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영광스럽고 화려한 것만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당신 자신을 감추시는 하느님이기 때문에, 그분을 알아보고 맞이하는 우리들은 은혜롭게도 영적인 안목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2. 또,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를 사람들의 성향에서 찾아봅니다. 우리는 빛을 좋아하는지 어둠을 더 좋아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요한 1,5)고 오늘 복음은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빛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참 빛으로 오신 그분을 사랑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분보다는 어둠으로 표현되는 세상의 방식을 더 사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악(惡)으로의 경향입니다. 이웃이 잘못하면 무조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가 재물을 더 많이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등입니다. 용서하고 나누는 삶이 되지 않는다면 이는 결코 빛으로 나아가는 삶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용서와 나눔으로써 생명을 살리는 일을 우리의 관심 밖에 두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에서 부르짖는 ‘사형제도 폐지 운동’이나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 운동’ 등은 생명을 살리는 일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생명의 근원인 그분을 알아보는 지혜와 영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3. 우리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구세주의 마구간 탄생은 창조주 하느님께서 주신 사람의 본성을 회복하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현대에도 세상은 부와 권력, 그리고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지배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질과 권력, 그리고 능력을 키우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것들이 세상의 빛이고 생명의 양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세상의 많은 일을 그것들과 연관시키려 합니다. 경제 논리로 무장한 사람들은 생명의 존엄성보다는 생명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을 돈으로 환산하려 합니다. 소중한 자식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기보다는, 자식을 낳고 키우는 데에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가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경제적 잣대로 평가하는 세상의 흐름을 숭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을 가장 고귀한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을 더 귀하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결혼을 두려워하거나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는 것까지도 주저하며 살아갑니다. 힘이 있어야 사람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소유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와 권력과 재능을 우선시하는 세상에서 생명의 가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모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되어, 때로는 어른들로부터 학대받고 그로 인해 생명의 존엄성에 큰 상처를 받습니다.
   그러나 마구간에 초대받은 목동들에게 나타나신 하느님은 부와 권력 그리고 능력이 아니라, 아기의 순수함으로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분은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당신 뜻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는 분이십니다(루카 10,21). 그러니 사람의 순수함을 회복하는 일에 정진해야 하겠습니다. 힘을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인류의 역사를, 말구유에서 탄생한 보잘것없는 아기를 중심으로 새롭게 써나가야 합니다.


     4. 참으로 가난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여관방 하나 구하지 못하고 마구간에서 태어나심으로 다른 이들로부터 눈길조차 받지 못한 아기 예수님을 통해, 우리는 약하고 소외되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형제적 사랑과 관심을 갖는 성숙한 신앙인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하느님을 보여주고 깨닫게 하는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5. 지금 수원교구는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혼란스러운 점도 많았고,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지만, 사랑하는 교구민의 능동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 점은 교회 성장에 있어 크나큰 원동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교구민의 신앙생활이 자랑스러운 신앙 선조의 삶을 훌륭하게 계승하는 바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교구의 괄목할 만한 성장의 밑바탕에는 평신도들의 굳건한 신앙심과 희생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원교구 형제자매들의 이러한 신앙생활에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우리의 구원을 위해 마구간에서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태어나신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속에 심어주신 사랑으로, 생명을 존중하고 미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고 살아가는 성탄 시기가 되길 기도드립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한국의 모든 성인과 복자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8년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에




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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