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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담화] 2017년 제17회 가정성화주간 담화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7-12-29 조회수 : 2538


2017년 가정성화주간 담화문

가정, 사랑의 기쁨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인류의 빛이시며 생명의 원천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며 기쁨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성탄은 세상 한 가운데 나자렛의 가난한 가정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세상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나타남이며, 가정 성화의 계시이고 부르심입니다. 성가정 축일을 맞이하여 세상에 드러난 ‘사랑의 기쁨’이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과 신경제주의 사상은 우리 사회의 깊숙한 곳에까지 침투하여 지금까지 소중히 여겼던 전통적 가치들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가정과 생명을 위협하는 현대의 문화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심각한 유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앞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그분이 이루신 성가정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고, 그로부터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가정은 ‘생명과 사랑의 친밀한 공동체’입니다. 그 중심에는 ‘부부의 참된 사랑’이 자리합니다(사목헌장, 48항 참조). 자기를 줌으로써 자기를 완성하는 이 사랑은 가정을 형성하고 유지시키는 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뿌리박고 있는 이 사랑은 우리가 살아야 할 바탕입니다. 이 사랑은 인격적 만남이 우리의 모든 삶의 근본 진리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태어났고, 사랑으로 살아가며, 사랑으로 완성에 이릅니다. 

오늘날 이 사랑은 커다란 시련을 받고 있습니다. 희생을 동반하는 사랑보다는 물질적 이익을 선호합니다. 혼인 계약을 파기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혼인하는 이들의 수는 점점 감소하며, 혼자 살거나 가정을 이루기 전에 동거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가정이란 자신에게 유익하거나 혹은 자기의 권리를 주장할 때에만 도움이 되는 그저 잠시 머무는 장소로 전락합니다. 이렇게 되면 가족의 결속은 무너지고 개인의 불확실한 바람과 상황에 내몰리게 됩니다(「사랑의 기쁨」, 33-34항 참조). 이러한 가정에 대한 이해는 가정의 유대를 왜곡하고 가족구성원을 고독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성가정의 예수님은 아낌없이 주는 사랑, 희생을 동반한 사랑, 일치를 이루는 사랑, 함께하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라고 초대합니다. 초대만 하실 뿐 아니라 우리와 함께 머무르시며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그래서 교회는 우리 사회의 모든 이와 함께 오늘날 위기에 빠진 혼인과 가정 공동체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먼저 혼인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우리의 관심을 기울입시다. 교회는 믿음 안에서 너그럽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성실하게 혼인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려움 중에 있는 이들, 특히 혼인 전에 자녀를 둔 미혼모들에게 더욱 큰 사랑과 관심을 갖습니다. 사실 이들은 타인의 따가운 시선과 사회적 질타를 감지하면서도 기꺼이 생명의 복음에 응답한 사람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한계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생명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교회는 법률적 잣대로만 이들을 바라보지 않고 복음이 알려 준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들의 아픔과 함께하며 이들이 온전한 삶을 살도록 이끌고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교회는 이들에게서 현대 가정의 어두운 그림자만을 보지 않고 생명과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며 가꾸는 빛을 봅니다.

‘장애인이 있는 가정’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입시다. 장애는 갑작스럽게 삶을 파고들어 예상치 못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며 가정의 안정과 바람과 기대를 송두리째 뒤엎어 버립니다. 그럼에도 장애아라는 어려운 시련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가정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이러한 가정은 생명의 선물을 온전히 받아들인 고귀한 모습을 교회와 사회에 보여 줍니다(「사랑의 기쁨」, 47항 참조).  가정이 장애인 가족을 신앙 안에서 따뜻하게 받아들여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이러한 가정은 인간 생명의 고귀한 가치를 이 사회에 알리는 복음 선포의 공동체가 됩니다(「가정 공동체」, 52항 참조). 

극심한 빈곤과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삶의 한계 상황을 매우 고통스럽게 겪고 있는 가정들을 생각합시다. 가난한 가정이 직면한 문제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들보다 종종 훨씬 힘겨운 것입니다(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 최종보고서, 15항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어려운 상황에서 궁핍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받아들이는 데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도록 촉구하십니다. 가난한 이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스스로 가난한 자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데에는 그 어떤 이유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가난한 이들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는 하느님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와 같습니다. 온갖 형태의 가난과 고통에 짓눌린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지속적인 애정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이혼이 가족 전체에 미치는 고통과 혼란을 잘 알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혼하고 재혼한 가정의 자녀들, ‘무고한 희생자’인 자녀들에게 사목적인 관심을 가지도록 당부하십니다. 별거하는 이들, 이혼한 이들, 또는 내버려진 이들을 사목적으로 동반해야하며,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이 그들 스스로 파문당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말씀하십니다(「사랑의 기쁨」, 242-243항 참조). 교회가 이들에게 엄격한 기준만을 강요하지 말고 사랑으로 돌보는 일, 그리하여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하느님과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 복음을 따르는 길입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사랑으로 가득한 가정은 그 사랑의 증거를 통해 이 사회의 심장을 뜨겁게 할 수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체험하는 사랑의 기쁨은 사람들 사이의 조화와 화합의 불씨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가정성화주간을 보내면서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의 가족들이 더욱 친밀해지는 가운데 복음화 사명을 되새기도록 합시다. 그래서 가족들의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가정의 복음화와 교회의 복음화, 더 나아가 사회의 복음화를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더불어 세상 모든 가정들이 나자렛 성가정을 닮아 아기 예수님을 모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17년 12월 31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위원장  이 성 효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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