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차 이민의 날 담화문 “취약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동 이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교황님께서는 담화문에서 ‘시대의 징표’라는 문구를 강조하셨습니다. “이주 현상은 시대의 징표, 곧 보편적 친교의 관점에서 역사와 인간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의 섭리적 활동에 관하여 이야기해 주는 징표입니다.” 또한, 교황님은 “교회는 이 문제의 복잡성을 모르는 바 아니며, 흔히 이주와 관련된 고통과 비극, 그리고 이주민들을 정중하게 환대하는 것과 관련된 어려움들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하시며 이주 현상이 가져오는 개인과 사회, 정치와 경제 다방면에서의 어려움을 이해하시고 그것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길 희망하십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황님은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합니다. 인간은 짐짝처럼 취급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도는 인간, 특히 아동 이민과 같이 취약한 상태에 처한 인간의 삶과 존엄성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그 가치가 달려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 생명 한 생명이 소중합니다. 그중에서도 교황님은 홀로 남겨진 아동 이민의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아동이민의 현실은 어린이며 이방인이고 자기방어수단이 없기에 삼중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뉴스를 통해 곳곳에서 발생한 분쟁의 피해자로 주로 어린이들이 희생되는 것을 보고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황님께서는 아동 이민자들의 기본 권리를 확인하셨습니다. 그것은 건전하고 안전한 가정환경에 대한 권리,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 놀이와 오락 활동을 할 권리 등입니다. 또한, 아동 이민을 위한 보호, 통합, 장기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함을 강조하시며 시급한 구호와 지속적인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동들을 여러 형태의 학대로부터 보호하고자 시간과 자원을 아끼지 않는 교회와 사회단체, 기관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라고 아동 이민 보호자들을 격려하십니다. 저 역시 이주의 현장에서 복음 정신으로 그들의 고통과 어려움에 함께하시는 사제와 수도자, 실무자와 봉사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저는 교황님의 사목적 시선으로 우리나라를 바라보려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아동 이민이 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 이주노동자가정의 자녀들, 난민가정의 자녀들과 외국에서 태어나 입국한 중도입국청소년들이 그들입니다. 현장에서는 이들을 이주배경아동, 이주배경청소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들 모두가 우리와 함께, 이미 한국에서 살고 있고 한국 국적을 가진 이주 아동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이주배경 자녀들이 이주 체험에서 오는 크고 작은 고민과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또래 혹은 어른들로부터 당하는 차가운 시선이나 따돌림, 그리고 가정의 경제적 취약으로 인한 방임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한 개인적 경험들은 쌓이고 쌓여 결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희망보다는 절망감을 안고 살아가게 합니다.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온갖 꽃과 나무, 새와 동물을 창조하시고 그것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는 창조주 하느님을 떠올립니다. 하느님의 가장 귀한 피조물인 우리 인간이 서로서로 하느님 창조의 눈길로 돌보고 사랑하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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