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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16년 예수 성탄 대축일 메시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6-12-23 조회수 : 3904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
  말씀에서 사랑을! 성사에서 은총을!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빛으로 우리 가운데 오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1.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습니다”(요한 1,9). 세상을 사랑하신 하느님의 구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를 구원할 생명의 빛이 우리 가운데 오시어 어둠에 지친 세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 빛은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용서와 희망을 주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그 빛을 바라보는 이는 누구나 어둠을 이기고 생명을 얻습니다.


2. 그런데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습니다”(요한 1,5).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요한 1,10). 현란한 세상의 불빛에 현혹된 인간은 이미 눈이 멀어 참빛을 깨달을 수 없었습니다. 마치도 소인배가 참된 도(道)를 들으면 박장대소하듯이 1) 사람들은 참빛을 무시하고 우습게 여겼습니다. 힘없고 나약한 어린 생명이 참빛이 될 리가 없다고 가벼이 여겼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능력도 권력도 없는 인간이 참빛이 될 수는 없다고 업신여겼기 때문입니다.


3. 세상의 어둠은 힘없고 보잘것없는 사람을 무시하고, 소중한 생명의 빛을 자신의 어둠 속으로 삼켜버립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나라에 이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국가의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을 무시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온 국민이 분노하며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습니다. 용산에서, 팽목항에서, 밀양에서, 광화문에서 온 국민이 아파하며 절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국민이 맡겨준 권력을 마치도 개인의 것인 양 남용하며 국민을 우롱하고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온 국민은 경악했고 사상 초유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맡겨준 권력을 돌려받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 수많은 촛불의 행렬은 국민 한 개개인이 존중받아야 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소중한 생명의 빛임을, 그 어떤 어둠의 세력도 무시하거나 삼켜버릴 수 없는 희망의 빛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4. 결국 지난 12월 9일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압도적으로 가결하여 대통령 직무는 정지되었고, 우리 앞에는 헤쳐나가야 할 수많은 난관들이 놓여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어둠의 실체를 보았고 아직 빛이 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생명의 빛이 밝게 타오르며 어둠을 비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불공정과 불의가 발붙이지 못하는 정의로운 민주사회로 거듭나고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묵묵히 곁에 서서 촛불 하나 밝혀 들고 함께 하는 사람들, 그들은 나에게, 나는 그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 빛이었습니다.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내가 가진 생명의 빛이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촛불 하나 밝혀 들고 우직하게 견뎌낸다면, 그 어떤 어둠도 이 빛을 삼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5. 오늘, 우리를 사랑하신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광장에서, 거리에서, 사랑하는 이들이 있는 모든 곳에서 주님은 아주 친숙한 모습으로 촛불 하나 밝혀 들고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누군가에게는 아들의 모습으로, 누군가에게는 동료의 모습으로, 그렇게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빛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영이 나를 이끄시어 내가 누군가에게 다가가 작은 촛불 하나 밝혀 들고 위로와 희망이 되어준다면 바로 그곳에서 나는 구유가 되고 내 안의 주님이 빛이 되어 그들의 어둠을 물리쳐 주실 것입니다.


6. 강생의 신비는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멈출 줄 모르는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를 이끄시어 당신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세상 어디든지 인도하십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상 도처에 주님의 빛을 고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묘한 방법으로 우리를 부르시어 당신 강생의 신비에 참여하게 하십니다. 지금 우리교구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주님이 이끄시는 곳으로 선교 사제들을 파견하여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보여주는 우리의 작은 관심과 참여는 강생의 신비가 되어 그들의 어둠을 비추는 빛으로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7. 생명과 빛의 원천이신 성부, 성자, 성령이 이루시는 삼위일체의 친교와, 순종과 사랑으로 온 인류에게 구원의 빛을 밝혀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은 강생의 신비 안에서 특별히 우리를 가정에로 인도합니다. 독거노인과 1인 가정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홀로 남겨진 이들을 위하여 다시 촛불 하나를 밝혀 들어야 합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그것은 어둠입니다. 이 어둠의 혼돈시대에 나 홀로 남겨진 이들이 있다면 그 어둠이 얼마나 심하겠습니까? 그들에게 다가가 촛불 하나 밝힐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안에 주님 성탄의 은총과 기쁨이 가득할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6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1)《도덕경》, 41장: “下士聞道, 大笑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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