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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담화] 병인순교 150주년을 맞이하며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6-02-01 조회수 : 2082

   1966년 한국주교단장(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노기남 대주교는 병인순교 백주년을 맞아 이렇게 제안하였습니다. “병인순교 백년제야말로 한국 가톨릭뿐만 아니라 우리 전민족의 성스런 제전이 되어야 하겠다. 한 세기동안 서울을 위시해서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진리의 증인들이 말없이 뿌린 피의 부르짖음이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전 세계에 메아리치게 할 획기적인 쾌사가 이루어져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5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우리는 노기남 대주교의 제안이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과 발전으로 이어졌으며, 그것은 순교자들이 흘린 피가 꽃피운 열매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25년에 한국 순교 복자 79위의 시복이 거행되었고, 1968년 10월에 한국 순교복자 24위가 로마 베드로 대성당에서 바오로 6세 교황에 의해 시복되었습니다. 이로써 한국 천주교회는 103위 순교 복자를 모시게 되었으며 이분들은 1984년 5월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성되었습니다. 그리고 1968년의 신자 수는 750,000명이었으며 1988년의 신자 수는 2,468,000명, 2014년의 신자 수는 5,560,000명입니다.


   우리는 2014년 8월 16일 광화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거행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124위 복자들이 보여준 믿음과 용기와 사랑을 본받고자 다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124위 시복 미사 중에 순교자들이 지닌 애덕을 본받도록 이렇게 강조하셨습니다. “막대한 부요 곁에서 극도로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절규가 거의 들리지 않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순교자들이 증언한 영원한 생명의 승리와 기쁨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가지면서도 현 세상 안에 있는 사회적 불평등과 불의를 개선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의 예언직을 수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복시성은 순교자들의 영웅적 신앙 고백과 애덕 실천을 우리 모두가 본받고 쇄신되어 복음을 ‘지금 여기에서’ 전하는 행위를 통해 그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병인순교 15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들은 자비의 특별 희년도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특별 희년을 선포하는 칙서 「자비의 얼굴」에서 사제들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있습니다. “자비는 교회 생활의 토대입니다. 교회의 모든 사목 활동은 온유함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온유함을 신자들에게 보여 주어야 합니다.”(「자비의 얼굴」, 10항).


  우리 모두는 이 희년에 ‘아버지처럼 자비로워지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거룩하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특별히 자비의 희년에 하는 성지 순례는 병인순교 15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천주교회의 신자들에게 더욱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것입니다. “삶 자체가 순례이고, 인간은 나그네, 곧 간절히 바라는 목적지를 향한 길을 가는 순례자”(「자비의 얼굴」, 14항)이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사순 제4주일에 앞선 금요일과 토요일에 거행되는 ‘주님을 위한 24시간’을 모든 교구에서 널리 시행하도록” 특별히 권고하고 있습니다(「자비의 얼굴」, 17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모든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통하여 주님께로 돌아가도록 열심히 기도하기를 권고하십니다.


   병인순교 150주년을 맞이하며 우리는 아직도 시복되지 않은 순교자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중에 병인박해기의 순교자들은 95명이나 되므로 이분들의 시복을 위해 더욱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증거자 하느님의 종 “최양업 토마스 신부”는 2015년 12월 15일에 시성성 신학위원회를 통과하여 머지않아 ‘가경자’가 될 것이며, 그분에 대한 기적심사가 통과되면 복자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근·현대 순교자 안건인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의 시복 예비 심사도 잘 진행되어야 합니다.

 

   시복시성의 참뜻은 하느님 사랑의 정점에 이르신 순교자들을 온 세상에 알리는 것입니다. 순교자들의 전구로 한국 교회의 내적 쇄신과 발전이 이루어져서 이 땅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널리 전파하는 데 있습니다. 모든 신자들이 시복시성 추진의 참뜻을 잘 이해하고 한국 교회가 신앙의 선조들을 본받는 공동체로 자라도록 열심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9월 ‘순교자 성월’은 우리에게 뜻깊은 시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만여 명의 순교자 중에 아주 소수의 성인과 복자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이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무명 순교자들을 특별히 함께 기억하며 우리 모두가 순교 정신으로 무장하여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 전파에 임하도록 합시다.


2016년 1월 25일,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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