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운 그리스도인의 가정”
†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이!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모든 가정에 충만하기를 빕니다.
1. 우리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오늘 베들레헴의 초라한 마구간에서 탄생하셨습니다. 복음은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깊은 신앙과 사랑 안에서 말씀이 사람이 되어 오셨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언제나 귀 기울여 듣고, 믿음으로 받아들였으며, 사랑으로 실천하셨습니다. 강생의 신비는 우리 믿음의 길을 비추어 주고 있습니다. 나자렛의 집은 우리가 예수님의 생애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학교, 곧 복음의 학교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지극히 소박하고 겸손하며 아름다우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보고 듣고 묵상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나자렛 성가정의 모범을 본받아 믿음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갈 때 강생의 신비는 매순간 우리 안에서 성취됩니다.
2.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부부 안에 머무르시며, 부부가 서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갈 힘을 주시고, 그들의 삶 전체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스며들게 하십니다. 이렇게 하여 부부는 거룩해지고, 은총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만들며, 가정 교회를 이룹니다. 이는 혼인성사의 고유한 특성과 귀중한 목적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혼인성사의 은총 안에서 사랑으로 결합되어 삼위 일체 하느님의 본성을 닮고 그 본성에 참여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가정은 그 자체로 성사의 은총 속에 있으며, 가족 구성원은 서로에게 자비와 사랑이 풍성하신 하느님의 본성을 드러내는 성사가 됩니다.
3. 교회는 혼인의 목적과 복음의 가르침에 충실한 가정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생생한 증언과 성실한 삶에 대하여 감사하고 그들을 주님의 사랑으로 인도하기 위해 온갖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들 덕분에 창조주 하느님께서 섭리하신 혼인의 숭고함과 결코 갈릴 수 없는 부부사랑의 아름다움을 세상이 우러러보고 믿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통해서 드러난 하느님 사랑을 본받아 겸손과 존경, 인내와 희생, 너그러운 용서와 따뜻한 배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도와 봉헌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그리스도 예수님을 모시고 사는 성가정의 생생한 증인이 되고 있습니다.
4. 우리는 사회·경제적 이유로 부부와 가정생활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정들을 바라보며 몹시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이혼이나 재혼 등 혼인 유대의 문제로 신앙생활에 일시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부부들, 다양한 병고와 장애를 지닌 가족을 인내와 희생으로 돌보고 있는 가족들, 소년소녀 가장과 조손 가정들, 편부모 가정과 홀로 자녀를 낳아 기르는 미혼모와 미혼부들, 다문화 가정들, 이들 모두는 교회가 하느님의 사랑과 복음의 정신에 따라 진심으로 위로하고 어루만져주어야 할 대상들입니다.
5. 교회는 가정이 주님 안에서 치유 받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가정이 때론 낙담하고, 상처 입고, 죄를 짓더라도 교회는 결코 가정을 포기해선 안 되며, 가정이 주님과 참된 화해를 이룰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다 기울여야 합니다. 완벽한 가정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실망하거나 실의에 젖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불완전한 가정 안에서 사랑이 피어나고 알찬 열매를 맺는다는 신앙과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사랑은 배워가는 것이고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6. 그런 의미에서 지난 12월 8일에 시작된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맞이하여 가장 먼저 하느님 자비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대상은 바로 가정과 그 안에 사는 가족입니다. 가정에서부터 용서와 화해의 빛이 환하게 솟아올라야 합니다. 지금 우리 가정은 그 어느 때보다 위로와 격려가 절실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자비를 풍성하게 베푸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성가정을 이루는 ‘자비의 선교사’가 되길 원하십니다.
7. 그리스도인 가정의 부부들은 성모님과 요셉 성인이 주님의 뜻에 따라 서로를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돌보았듯이 그렇게 하십시오. 부모인 여러분을 통하여 자녀들은 하느님의 인자하심과 사랑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는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시선과 미소를 여러분의 것이 되게 하십시오. 사랑은 그렇게 아주 간단한 행위에서 나오며 가정에서 그런 사랑이 구체화됩니다. 이를 위해서 자비하신 주님의 눈빛에 우리들의 시선을 일치시키는 ‘기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8. 서둘러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믿음과 사랑 속에 태어나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 경배 드립시다. 그리고 세 분이 나누시는 자비의 시선에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킵시다. 그 시선이야말로 우리 가정에 평화를 안겨주고, 상처입고 힘겨워 하는 이웃 형제들에게 참된 위로와 평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여러분 가정에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세상에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5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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