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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15 예수 부활 대축일 메시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5-04-03 조회수 : 2469

†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 [ 부활 메세지 영상 보러가기 ]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의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충만하기를 빕니다.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그리스도 친히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요한 11,25-26)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믿는 모든 이에게 ‘희망’의 원천이 되십니다. 그리고 이 희망은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희망의 보증인 부활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께 믿음을 두고 희망을 걸었던 이들에게 나타나시어 ‘당신이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마르 9,31)이라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무덤 앞에서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슬픔과 절망에 젖어 울고 서 있던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다정하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시며 당신 부활을 그녀에게 확증해 주셨습니다(요한 20,11-16). 또한 예수님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했다가 그분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해 침통해하며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들에게도 다가가시어 그들의 희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말씀과 성찬을 통해 일깨워주셨습니다(루카 24,13-35 참조). 토마스 사도는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 20,25)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 말 속에는 주님께서 부활하여 나타나주시기만 한다면 믿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기에, 예수님은 토마스의 희망도 저버리지 않으시고 그 앞에서 당신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이처럼 주님께서는 마음이 부서진 이들에게 가까이 계시고 넋이 짓밟힌 이들을 구원해 주십니다(시편 34,19; 119,116 참조).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시는’(이사 42,3 참조) 주님께서는 당신께 믿음을 둔 모든 이의 희망을 성취해주십니다. 이와 같이 우리 모두는 희망으로 구원받았습니다(로마 8,24 참조). ‘이 희망은 닻과 같아서 우리의 영혼을 안전하고 든든하게 보호해주며 하늘 성전의 지성소, 곧 영원한 생명에까지 들어가게 해줍니다’(히브 6,19 참조).

 

절망의 슬픔과 탄식으로 가득한 세상

 

   그럼에도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은 절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깊이 드리워져 있어 사회 곳곳에서 슬픔과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어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추락한 이들의 고통과 불행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해져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계파의 논리를 앞세워 자신들의 이권에만 열중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더욱 큰 실망과 비탄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불투명한 미래에 직면한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하거나 회피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고, 기혼자들에게서도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날로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게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사회 진입이라는 위기의식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10년 연속 자살률 1위, 청소년 사망률 1위, 노인 자살률 1위(OECD Health Data 2014)라는 최근 통계가 말해주듯이,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든 세대에 걸쳐 심각한 절망과 좌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곧 1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95명의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고 9명이 실종된 이 엄청난 참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탐욕과 이기심, 불신과 생명경시 풍조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사고 후 1년이 다되도록 아직도 이렇다 할 참사의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고,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은 절망의 슬픔으로 탄식하며 아파하고 있습니다. 마치도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표징처럼 지금 세월호는 온 국민의 희망과 함께 진도 앞바다의 밑바닥 어두운 곳에 침몰해 있습니다.

 

언제나 신뢰의 대상은 주님

 

   이러한 우리에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상황이 바뀌지 않으리라 생각할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와 죽음을 물리치셨고 전능하신 분이심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용기를 주십니다. 그러므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승전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쳐진 어깨에 힘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의 모든 세력을 이겨내고 부활하심으로써 희망의 빛이 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대한 무한한 신뢰로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을 높이 올리시고 우리의 주님이 되게 하셨습니다(필리 2,8-11 참조). 따라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님’이라 고백하며 그분께 모든 신뢰와 희망을 두는 우리는 아무리 짓눌려도 찌부러지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실망하지 않습니다(2코린 4,8-9 참조). 우리는 믿는 이들의 구원자이신 살아계신 하느님께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1티모 4,10 참조).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는 모두 구원을 받을 것”(로마 10,13)이기 때문입니다.

 

오직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며

 

   우리는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어 제자들을 향해 걸어오신 사건을 기억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시련과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던 제자들을 진정시키시려고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서 당신이 참으로 ‘주님’이심을 믿게 하시려고 거센 바람이 이는 호수 위를 베드로에게 걸어오라고 허락하셨습니다. 베드로는 주님만을 믿고 바라보며 풍랑이 이는 물 위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거센 바람에 몸이 흔들리자 그만 두려운 나머지 바다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베드로가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마태 14,30)라고 청하자, 주님은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아 주심으로써 믿음으로 청하는 이의 간절한 마음을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가리옷 사람 유다는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웠던 죄책감과 절망에 사로잡혀 차마 주님께 손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그분께 희망을 두지 않아 스스로 죽음과 멸망의 길을 걸어가고 만 것입니다(마태 27,4-5 참조). 이처럼 주님께 신뢰와 희망을 두지 않는 것이 곧 멸망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앞에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분이 서 계십니다.  그러므로 히브리서의 인도에 따라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히브 12,2). 아무리 거센 두려움의 파도와 절망의 폭풍이 불어 닥쳐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만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께서 항상 우리 곁에 계십니다(요한 16,33 참조). 그분은 고통과 절망 중에 있는 사람을 홀로 버려두시지 않으십니다. “그분께서 ‘나는 결코 너를 떠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겠다.’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히브 13,5). 죄와 죽음을 이기신 주님을 바라봅시다. 그러면 우리 모두는 얼굴에 기쁨이 넘치고 부끄러움이 사라질 것입니다(시편 34,6 참조).

 

“평화의 모후이시며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2015년 4월 5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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