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주님이 마련하신 날, 이날을 기뻐하며 즐거워하세.”
그리스도 안에 일치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시어 온 인류를 구원하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가정과 본당 공동체, 그리고 여러 사목 현장에서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부활의 기쁨
오늘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주님의 헤아릴 수 없는 큰 사랑이 부활의 기쁜 소식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부활 성야부터 밝게 타오르는 부활초는 우리의 어둡고 무거웠던 마음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교회는 주님께서 부활하신 밤에 초를 밝혀 들고,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음을 세상에 선포합니다. “비춰진 땅아 깨달아라. 세상 어둠 사라졌다. … 거룩한 이 밤은 불기둥의 빛으로써 죄악의 어둠 몰아낸 밤.” 어둠을 몰아내는 이 초는 당신의 사랑과 희생으로 우리를 죄와 죽음의 사슬에서 풀어주신 주님의 부활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또한 부활 성야 때 축복하는 세례수는 우리가 세례를 통해 주님과 함께 묻혔으며 부활하신 주님에게서 새로운 삶을 선물로 받았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우리 모두는 과거의 어두운 삶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와 해방의 삶을 되찾았습니다.
‘무덤의 승리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오늘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덤의 승리자’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창조 때부터 시작된 구원 역사의 정점을 이룹니다. 인간을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이 당신의 아들에게서 온전히 드러나고 실현된 것입니다. “오, 오묘하도다, 우리에게 베푸신 자비! 오, 헤아릴 길 없는 주님 사랑! 종을 구원하시려 아들을 넘겨주신 사랑!” 인간의 교만과 배반, 탐욕과 이기심, 분노와 질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십자가는 목숨을 내어주는 주님의 사랑의 행위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벗을 위하여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신 주님의 ‘완전한 사랑’의 표지이며,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에게 남겨주신 ‘새 계명의 완성’입니다(요한복음 13장 34절, 15장 12절부터 13절). 주님의 사랑으로 새로 태어난 이에게 십자가는 걸림돌이나 어리석음의 표지가 아니라(코린토1서 1장 22절부터 25절), 주님의 영광이요, 세상 모든 이를 당신께로 이끄시는 축복의 근원이며 은총의 원인이 됩니다. 주님의 부활은 이 지극한 사랑이 결국 죄악과 죽음과 싸워 승리하였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소명인 파스카의 삶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는 우리 모두는 파스카의 삶으로 초대받았습니다. 이 삶은 벗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신 주님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을 실천하는 삶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경제제일주의와 물질만능주의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된 경제발전은 우리에게 물질적인 풍요도 주었지만, 우리 사회에 많은 부조리를 양산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 평가하는 시류에 편승하여 우리 문화는 점차 선과 악에 대한 감각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과 함께 경제적 불평등과 소외현상이 확산되며 실업과 빈부격차가 극대화되고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 폭력, 인권 침해, 소통의 부재, 생명 경시 풍조, 환경 파괴 등은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을 파괴하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 앞에서 우리 신앙인들 또한 “그동안 ‘하느님의 것’을 잊고 살아왔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활 대축제를 지내는 우리는 예수님께서 실천하신 파스카의 삶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 우리 사회를 정화하고 완성해야 할 사명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7 그것은 우리가 파스카의 신비에 참여함으로써 곧,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가난의 길, 십자가의 길, 섬김의 길에 참여함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습니다.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영성 운동
올해는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희년이 시작되는 역사적이며 감격적인 해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발전을 이룬 우리 교구가 50주년을 맞아 더욱 성숙한 교구로서 자리매김을 해야 할 시기입니다. 희망과 설렘으로 기다리는 이 은총의 해를 통해 우리는 신앙 안에서 영적으로 새로워져 신앙의 열정을 되찾고, 신앙의 기쁨을 일상 안에서 구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 영적인 도약의 해를 잘 준비하기 위해 교구는 올 부활 시기부터 50주년 기념 영성 운동을 실시하고자 합니다.“잘 섬기겠습니다.”라는 영성 운동입니다. 안으로는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그분의 겸손과 섬김의 삶을 본받아 영적으로 새롭게 되고, 밖으로는 이를 이웃 안에 실천하여 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빛을 밝혀주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섬김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증거할 때 그리스도의 복음은 탐욕과 폭력으로 형성된 ‘죽음의 문화’8를 추방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입니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죄와 죽음을 이기고 ‘무덤의 승리자’로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하시어 온 세상에 희망의 불을 지펴주기를 바랍니다. 우리를 위해 늘 전구해주시는 우리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며 필요한 은총을 간구해주실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시며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2012년 4월 8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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