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께서 참하느님이시며 영원한 생명이십니다”(1요한 5,20).
† 희망의 땅, 복음으로 !
청소년과 함께 교회의 미래를 !
친애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 인간의 육신을 취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구세주 탄생의 ‘큰 기쁨’을 여러분들에게 전하며,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시길 빕니다.
인간의 생명을 취하시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
1. ‘참하느님이시며 영원한 생명’이신 주님께서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0-11). 이 “큰 기쁨”의 원천은 구세주 아기 예수님의 탄생입니다. 이 ‘강생의 신비’는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첫 아담의 죄로 인해 “비록 사람이 순종치 아니하여 아버지의 사랑을 잃었으나 죽음의 세력 아래 버려두시지 않고”, 외아드님을 보내주신 아버지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사랑은 생명의 근원이요, 생명 자체이신 그리스도께서 인간 생명으로 세상에 오신 그 사실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그 생명이 나타나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은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가 우리에게 나타나셨습니다”(1요한 1, 2). “이분께서 참하느님이시며 영원한 생명이십니다”(1요한 5,20).
동정녀의 순종으로 하느님께서 인간 생명이 되셨다.
2. 때가 차자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마리아께 잉태되신 천주성자께서는 모든 인간이 탄생할 때처럼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이 사건이 세상 안에서 실현된 것은 주님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하느님께 대한 순종과 겸손에 기인합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 동정녀의 이 위대한 응답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 구원사업의 새로운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오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친교의 길이 열리고, 말씀이신 성자께서 연약한 인간이 되시어 죽을 인간이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 순종하시어 외아드님을 낳으신 동정 마리아의 순종은 하느님으로부터 인간 생명을 선물로 받는 어머니들의 모범이며, 예수님을 낳아 기르신 모성의 표상입니다. 따라서 성탄의 기쁨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때 느끼는 기쁨의 토대이며 그 완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의 출산은 부부의 기쁨이요, 행복이며, 하느님 최고의 선물
3. 혼인과 부부 사랑은 그 본질상 자녀의 출산과 교육을 지향합니다. 특히 가정은 그 본질상 자녀의 출산과 교육을 지향합니다. 특히 가정은 인간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생명의 성역’입니다. 자녀의 출산은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창조 활동’에 대한 부부의 특권입니다. 이로 인해 가정은 부부의 일치와 사랑으로 진정한 인간 공동체를 이루고, 생명에 봉사하며, 창조주의 첫 축복을 역사 안에서 실현합니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라”(창세 1,28). 따라서 출산은 하느님 모습을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달하는 거룩한 하느님의 소명을 수행하는 것이며,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거룩한 창조사업의 영역입니다. 또한 출산은 부부애의 결실이고 징표이며, 아울러 부부 상호간의 완전한 자기 봉헌의 산 증거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는 하느님의 뜻을 잘 받들지 못하는데서 비롯되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모범적으로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수용하여 열린 마음으로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저출산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자녀는 소중한 생명이요, 세상의 생명을 책임질 미래
4. 가정은 생명이 살아 있는 창조와 인간 번영의 최고의 보고입니다. 자녀는 혼인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며, 부모의 행복을 위해서 크게 이바지해야 할 가정의 희망입니다. 자녀 출산은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창조 사업을 수행하는 부부의 첫째 임무입니다. 더욱이 오늘날 생명의 문화가 급속히 파괴되는 이 상황에서 부모들은 생명의 보존을 위해 노력하도록 부르시는 하느님의 말씀에 더욱 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생명을 사랑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부모들의 몫입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자녀의 신앙 교육은 주님의 계명에 기초를 두어야 합니다. 부모들은 신앙 안에서 자녀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늘 일깨워 주어야 할 것입니다.
생명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임무
5. 교회의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지난 대림 제 1주일 전야에 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께서는 성 베드로 성당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모든 인간 생명을 위한 밤 기도”를 거행하셨습니다. 교황 성하의 요청에 따라 우리 수원교구에서도 주교좌성당을 비롯한 모든 본당에서 보편교회와 일치하여 이 예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생명을 직?간접적으로 위협하는 많은 일들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감성을 무디게 만드는 실용주의와 상대주의는 윤리성이 결여된 문화, 곧 생명문화의 퇴보를 가져와 인간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인간 생명을 해치는 위협들은 태어나지 않은 아기들을 죽음으로 내몰거나, 자살, 온갖 살인, 안락사, 배아줄기 세포 연구와 인간 실험, 사형제도 등 갖가지 양태로 표출되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인간의 생명권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인간 생명과 그 불가침성에 대한 분명하고도 단호한 의지를 세상에 외쳐야 합니다. “모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위해 봉사하십시오!” 이것이 바로 아기 예수님의 탄생으로 인간 생명의 완전한 의미를 밝혀주는 성탄의 참된 의미라 하겠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실천은 아름다운 생명 문화 형성의 시작
6. 인간은 존엄하고, 인간 생명은 ‘측량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 생명은 시작부터 ‘하느님의 창조 행위’에 연결되어 있기에 무엇보다 신성하며, 또한 사랑하고 사랑받음으로써 고결한 품위와 지고한 가치를 드러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며, 특별히 주님의 명에 따라 사랑의 계명을 실천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생명을 살리는 거룩한 사명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이 추운 겨울에 더욱 소외감을 느끼는 이웃들, 특히 끼니를 걱정하는 청소년, 독거노인, 새터민, 이주민, 교정의 대상이 되는 이들 등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새로 태어날 생명을 간직하고 출산을 기다리는 모든 고귀한 여성들에게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수원교구 설정 50주년을 향하여
7. 수원교구는 지금, 2013년 교구설정 50주년 희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50주년은, ‘수원교구가 이 시대에 그리스도의 복음화 사명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하는 큰 과제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원교구는 이미 올해 초부터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희년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위원회는 수원교구 희년의 준비를 시작하는 지난 대림 제 1주일에 이미 희년 기념로고를 채택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희년의 대주제를 <희망의 땅, 복음으로!>로 선정하였습니다. 이미 제가 교구의 책임을 맡으면서 발표한 중점 사목의 그 중심인 “새복음화”는 이 대주제 안에 함축적으로 내재되어 있습니다. 반세기를 기념하는 수원교구 설정 50주년이 감사와 기쁨의 희년 대축제가 될 뿐만 아니라, 교구가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 안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써의 역할을 다하는 기회와 계기가 되도록 교구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친애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거룩한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또한 생명의 원천이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생명을 사랑하고 수호하자는 주님의 뜻에 응답하여 우리 사회에서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거룩한 사명에 동참해야 하겠습니다.
낮은 자세로 하느님 아버지께 순종하면서 성령으로 인하여 아기 예수님을 낳으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는 우리에게 주님을 향한 더욱 큰 사랑의 열정을 불어 넣어 주시고, 모든 이의 생명을 사랑하도록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0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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