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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2010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문

작성자 : 수원교구 작성일 : 2010-06-25 조회수 : 1760
[담화] 2010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문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2010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문

(6월 20일)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마태 5,9)


  그리스도의 평화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평화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은 개인적인 마음의 평온상태나 적대세력간의 전쟁이나 폭력적 상황이 없는 사회적․국가적 평온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평화는 정의와 진리와 사랑이 조화를 이루는 참 평화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것이고 공동체 안에서 참된 사랑이 총체적인 결실을 거두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이루는 사람을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라고 하신 것입니다(마태 5, 9). 하느님의 자녀들은 형제에게 분노를 품지 않고(마태 5, 23-24), 거짓 맹세를 하지 않으며(마태 5, 33-37), 복수하기를 포기하고(마태 5, 38-42), 원수를 사랑하는(마태 5, 44) 사람들입니다. 신앙인은 늘 그리스도의 평화를 간직하고 미움과 다툼이 있는 곳에 그리스도의 평화를 전해야 합니다.
  하지만 평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인간의 무한한 욕심 때문입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악을 이기고 공동선을 쟁취하려는 부단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한국 전쟁 60주년과 계속되는 한반도의 긴장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올해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한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평화를 지키지 못하고 선택한 민족 간의 전쟁은 너무나도 비참하였고 한반도에 수많은 비극을 가져왔습니다. 전쟁 이후에는 인간의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지 못하는 문화를 자리 잡게 했고, 물질 지향적인 삶을 추구하게 하였으며, 이해와 용서가 아닌 미움과 복수를, 대화와 타협이 아닌 힘과 권력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분단의 비극적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거짓되고 위장된 평화 속에 60년을 살아왔습니다. 마치 평화로운 것처럼.
  최근 계속되는 긴장의 고조 속에서 마침내는 3월 26일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46명의 장병들이 무고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장병들의 영혼과 유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합시다. 또한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평화의 씨앗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많은 논란 끝에 정부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공식발표를 하게 되었고 이어 남북경제교류의 중단을 포함한 대북제재 조치가 단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반발하는 북한의 강경대응으로 인하여 한반도의 긴장은 전쟁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처럼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누렸던 평화로운 상황이 매우 취약한 것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화해와 일치를 통한 평화로운 공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남북의 대결양상이 장기화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남북 간의 대결이 심화되면 남북 모두가 고통을 받게 됩니다. 특히 북한주민들의 어려움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미움과 거부감은 더욱 누적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남북 간의 대결상황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기대합니다. 

  분쟁의 중단을 위한 특별회담 촉구

  우리는 남과 북이 대결적 정책을 중단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책으로 돌아서기를 촉구합니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평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7.4 남북 공동성명을 시작으로 남북이 서로 합의한 사항을 충실히 수행했다면 지금처럼 전쟁의 공포가 부각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의 이러한 긴장된 대결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 남북의 최고당국자들이 조건 없이 만나 대화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기존의 대북정책이 갖는 한계를 겸허하게 수용하여 대북정책의 기조를 보다 유연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은 남한과의 긴장 국면을 내부 정치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포기하고 어떠한 경우라도 군사력을 동원하는 무력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과 전쟁을 통한 문제해결은 정당화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

  우리 신앙인도 전쟁을 막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첫 번째, 평화를 위한 끊임없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북한 지도부에 대한 미움 때문에 기도가 멈추게 되면 그 자리에 미움이나 원망, 보복이 자리 잡게 됩니다. 기도가 계속되어야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고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대립과 갈등이 있는 곳에서 중재자가 되어야 합니다. 북한 문제와 통일 문제를 놓고 많이 이들이 극단적인 대립을 하고 있습니다. 남남 갈등으로 불리는 이 대립이 먼저 해결되지 않고서는 북한 문제나 통일 문제를 풀어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을 통해서 복수를 다짐하기보다 갈등을 풀어내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무의미하게 하지 않는 길입니다.
  세 번째, 분단의 아픔을 격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살펴보는 일입니다. 그들은 이산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탈북자라는 이름으로 상이군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운데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되면 혹시라도 북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두려워합니다.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네 번째, 북한 주민들에 대한 계속적인 인도적 지원입니다. 지금 북한의 주민들은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아 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살리기 위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다섯 번째, 희망을 잃지 않는 일입니다. 통일이 과연 가능할까? 호전적이고 가난한 북한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오히려 통일을 불편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앙인들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좀 더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주님께서 이끄시는 미래를 향해서 모든 이들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구체적 사랑이 지속적으로 실천될 때 평화는 가능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내세워 우리를 당신과 화해하게 해주셨고 또 사람들을 당신과 화해시키는 임무를 우리에게 주셨습니다.(2코린 5, 18)”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화해의 임무를 맡기셨습니다.  2010년에 맞이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인 오늘, 한국 천주교회의 모든 신앙인들은 이 화해의 직분을 어느 때 보다도 훌륭하게 수행 할 마음을 갖추고, 이 나라 이 땅에 새 하늘과 새 땅, 정의와 평화와 화해와 일치의 하느님 나라가 건설되기를 기도합시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본당공동체와 가정에 그리고 한반도에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  운  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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