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성명서
교회는, 교회가 사회의 마지막 양심이 되어야 하며, 모든 사람은 책임을 가지고 공동선을 위하여 의식적으로 참여할 의무가 있다고 가르친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다른 피조물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지성과 자유, 양심이 있기 때문에 존엄한 존재로서 공동선의 중심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교황 비오 11세께서는 ‘사회정의와 사회적 애덕’을 강조하셨고 “경제생활의 올바른 질서도 힘의 자유 경쟁에 맡길 수 없다(회칙 ‘사십 주년’ 참고)”고 하셨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이 점에 있어서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체세포배아복제와 난자매매’를 부추기는 생명윤리법 개정안 통과와 아사직전에 처한 북한주민에 대한 침묵, 무책임한 쇠고기 협상문제, 환경재앙의 주범이 될 대운하문제, 대안 없는 보건복지부의 예산 삭감 등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윤리적 가치관 상실, 인간 존엄성 상실에 기인한 것이며, 인간의 가치를 물질적 판단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요, 공동선에 대적되는 것들이다.
정치는 이 양심적 판단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할 책임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존중을 위해 애쓰는 진정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정의가 통하지 않아 막힌 곳은 뚫어 주어야 하고, 뚫린 곳은 막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오늘날 정의를 외치는 대다수 국민들의 호소를 직시하면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히는 바이다.
첫째, 생명윤리의 존엄성 회복을 촉구한다.
최근 국회에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을 통과시켜 ‘체세포배아복제’와 ‘난자 매매’가 가능케 함으로써 인간존재의 모든 것을 정신과 물질로 이원화 시키는 혼란을 초래시켰다. 여성의 몸은 결코 상품화 되어서는 안 된다. 난자를 강제로 채취한 여성의 몸은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이미 밝혀진 대로 난소 과배란 증후군, 우울증, 출혈이나 감염, 불임,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난소 과배란 증후군으로 복부팽만, 난소크기 증가 등의 경증은 13~15%, 많게는 25%까지 보고되고 있고, 중증은 0.1%~10%까지 보고되고 있다(가톨릭대 산부인과 안현영 교수, 평화신문 849호 참고).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난자 매매는 난자를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도구로 전락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결국 정부는 배아줄기세포가 난치병 치료에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되는 잘못된 지식을 공식화 시키는 것과 같다.
가톨릭교회는 줄기세포 연구 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 전체를 파괴하는 ‘배아줄기세포’연구를 반대하는 것이다. 대신 우리 교회는 ‘성체줄기세포’연구에 적극 지원하고 있고 이미 임상에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 사례로 백혈병 치료에 사용되는 조혈모세포이식, 탯줄 태반 등 혈액줄기세포가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난치병인 뇌경색, 척추마비 환자들이 성체줄기세포 수술 후 상태가 호전된 임상사례 등으로 보고되고 있다 (평화신문 849호 참고).
이처럼 우리 교회는 인간 존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접근하는 모든 것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생명윤리법 개악과 같은 사례로 봤을 때, 정부는 물질적 가치 기준에 따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 위주의 성장지론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공론화시킴으로써 인간 존엄성을 상실시키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악법에 대해 끝까지 저항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아사직전의 북한 주민을 구하라.
지난 2000년 9월 UN 새천년정상회담에서 189개국 정부 대표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에서 ‘절대빈곤과 기아퇴치’ 를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목표로 내세웠다. 이 목표는 2015년까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절대 빈곤 인구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60억 중에 8억 5400만 명이 기아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평화신문 962호 참고). 이중 4억 명이 어린이이고 5초마다 1명씩 10살 미만의 어린이가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2005년 기준).
절대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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