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 14)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우리 가운데 태어나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수원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형제자매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또한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 사회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소외된 이들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 새 생명을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1.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교회는 구세주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합니다. 이로써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났고,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 되셨다는 사실이 드러났기(로마 8,31-39 참조) 때문입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오시는 예수님께서는 천지 창조 때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신 <말씀>으로서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습니다(요한 1,14 참조). 이 분은 세상을 단죄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을, 특히 가난한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 억눌린 이들을 해방시키고 구원하고자 오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 16-17). 천사들이 가르쳐주어 목자들이 마굿간에서 가난하게 태어난 연약한 아기를 볼 수 있었는데, 이분이 바로 한 처음부터 계셨던 하느님의 <말씀>이셨습니다(‘하느님 말씀의 미사’: 성탄 낮).

가족들이 함께 기도하며 성경을 통하여

<말씀>을 실천하는 가정

2. <말씀>으로 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께서는 마리아와 요셉의 나자렛 성가정에서 자라나십니다. 이 나자렛 가정은 하느님 구원 사업을 준비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는 그리스도인 가정의 모범입니다.

  우리 가정이 나자렛 가정처럼 성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 <말씀>이 살아 계신 가정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들이 모두 <말씀>을 중심으로 사는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가정기도를 통하여 그 속에 살아계신 말씀을 묵상하고 실천하며, 특히 묵상과 함께하는 성경 읽기와 쓰기를 생활화하여 하느님의 구원의 신비를 깨닫게 함으로써, 하느님께서 살아계시는 가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부모의 기도하는 모습과 성경을 읽고 쓰는 모습은 자녀들에게 크나큰 모범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 모습이 우리 가정에 <말씀>이 탄생하시어 우리와 함께 살아가시도록 하는 가정생활입니다.

전례에 참여하며 <말씀>을 체험하는 가정

3. 특별히 전례 중에 들려오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께서 우리 가운데 살아계심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가족들이 함께 미사를 자주 봉헌하는 것은 <말씀>이 가정 안에 살아계시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요, ‘가족들이 하느님과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

  교구에서 실시하는 “성가정 운동”의 일환으로 주일미사 뿐 아니라, 평일에도 가족들과 함께 미사에 자주 참례하면,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우리 가정에 은총과 평화를 가득히 내려주실 것입니다.  

<말씀>이 가난하고 겸손하게 오셨듯이
 사랑을 실천하는 가정

4. ‘임마누엘’(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의 마굿간에서 조용히 탄생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신 예수님의 강생신비를 우리는 놀라움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메시아! 만왕의 왕이시며 평화의 왕께서 왜 이토록 겸손하고 가난하게 오신 것일까요? 이는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당신을 본받아 겸손과 가난의 삶을 살도록 초대하시기 위함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노인,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과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도록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특별히 교회가 운영하는 많은 사회복지 시설들과 다문화 가정에도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이들에게 아기 예수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