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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07년 사순 시기 담화

작성자 : 수원교구 작성일 : 2007-02-16 조회수 : 2019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2007년 사순 시기 담화

 


“그들은 자기들이 찌른 이를 바라볼 것이다”(요한 19,37)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들은 자기들이 찌른 이를 바라볼 것이다”(요한 19,37). 이것이 올해 우리 사순 성찰을 이끌어 줄 성경 말씀입니다. 사순 시기는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 요한과 함께 예수님 십자가 곁에 서 있는 법을 배우기에 좋은 시기입니다(요한 19,25 참조). 예수님께서는 온 인류를 위해 당신 삶의 희생을 십자가 위에서 완성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참회와 기도의 시기에 더욱 열심한 마음으로 참여하며, 해골 터에서 돌아가시면서 하느님 사랑을 우리에게 온전히 드러내신 그리스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저는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에서 아가페와 에로스라는 두 가지 근본적인 형태를 강조하면서 사랑이라는 주제에 관하여 자세히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하느님 사랑: 아가페와 에로스

 

    신약 성경에 여러 번 나오는 아가페라는 말은 오로지 상대방의 유익을 추구하며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을 말합니다. 다른 한편 에로스라는 말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소유하고자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결합하기를 갈망하는 사랑을 말합니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하느님의 사랑은 분명 아가페입니다. 사실 인간이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선 가운데 하느님께서 이미 갖고 계시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피조물 인간의 모든 존재와 소유는 하느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면에서 하느님을 필요로 하는 것은 피조물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사랑은 또한 에로스이기도 합니다. 구약 성경에서 우주의 창조주께서는 당신 백성으로 선택하신 백성을 향하여 모든 인간적 이유를 뛰어넘는 각별한 사랑을 보여 주십니다. 호세아 예언자는 이러한 하느님의 열정을 간음한 여자에 대한 남자의 사랑으로 대담하게 표현합니다(호세 3,1-3 참조). 에제키엘도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를 말하면서 과격하고 관능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습니다(에제 16,1-22 참조). 이러한 성경 구절은 에로스가 하느님 사랑의 일부임을 보여 줍니다. 젊은 신랑이 신부의 승낙을 기다리듯,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당신 피조물이 “예”라고 응답하기를 기다리십니다. 안타깝게도 인류는 그 시작에서부터 사악한 존재의 거짓말에 꼬여 넘어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미망에 사로잡혀 하느님 사랑을 거부하였습니다(창세 3,1-7 참조). 스스로에게 갇힌 아담은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에게서 멀어졌고 “죽음의 공포 때문에 한평생 종살이에 얽매여 있는 이들”(히브 2,15)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아니오”라는 대답 때문에 결정적으로 하느님께서는 구원의 권능 안에서 당신 사랑을 드러내시기에 이르렀습니다.

 

    하느님 사랑을 온전히 드러내는 십자가

 

    하느님 아버지의 놀라운 자비는 바로 십자가의 신비안에서 온전하게 드러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피조물의 사랑을 다시 얻으시고자 외아드님의 피를 값비싼 대가로 치르기로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첫 아담에게 외로움과 무력함의 궁극적 표징이었던 죽음이 새 아담에 와서는 사랑과 자유의 지고한 행위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증거자 막시무스 성인과 함께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기꺼이 죽으셨으므로, 말하자면 신적인 죽음을 맞으신 것입니다”[「다의론」(Ambigua), 91, 1956]. 십자가 위에서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에로스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에로스는 참으로 위 디오니시우스가 말하듯이 “사랑에 빠진 이를 자기 안에 머물러 있도록 두지 않고 사랑하는 이와 하나가 되도록 재촉하는” 힘입니다[「하느님의 이름들」(De divinis nominibus), IV, 13, 「그리스 교부 총서」(PG) 3, 712].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우리 죄의 결과를 몸소 받아들이면서까지 우리와 하나 되고자 하신 것보다 더 “열렬한 에로스”[니콜라오스 카바실라스, 「그리스도 안의 삶」(Vita in Cristo),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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