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 담화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마르 7,37)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부르고 예수님을 주님이시며 구원자이시라고 고백하는 개인과 공동체”는 비록 그 형태는 다르지만 “하나이며 가시적인 하느님의 교회를 갈망”(일치교령 1항)하고 있습니다.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기로 약속해주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부어주신 성령을 통하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같은 주님을 섬기고, 같은 믿음과 하나의 세례로 함께 모여 “세상 끝까지 복음을 선포”(마태 28,20)하길 바라십니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신앙직제위원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금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의 주제는 “복음적 열정과 연대적 책임”입니다. 하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일치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할 수 있는 마음의 열정에 대한 요청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함께 연대적 책임감을 갖고 공동으로 응답하자는 권유입니다. 이 두 주제는 마르코 복음 7장 31절-37절에 나오는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치유하시는 예수님의 이야기 속에서 잘 드러납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단순히 병자의 치유에 대한 기적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지 않고 더 깊은 의미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먼저 예수님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병자들의 불행을 단순히 생각만으로 위로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아주 구체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시고, 표징을 통해서 그 고통을 나누셨습니다. 우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미 자포자기한 그 병자를 군중들 틈에서 불러 세우십니다. 그리고 그를 개인적으로 따뜻하게 맞이하시면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습니다. 그 분의 행동은 이미 닫힐 대로 닫힌 그의 마음을 여는 작은 몸짓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신 예수님은 단지 그의 닫힌 귀와 입을 여는 데 그치지 않으시고, 이제까지 그가 들어보지 못했던 것을 듣게 하고, 말하지 못했던 것을 말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요한의 첫째 서간에서 선포된 것처럼 “우리가 들은 것, 우리 눈으로 본 것, 우리가 살펴보고 우리 손으로 만져본 것, 이 생명의 말씀”(1요한 1,1)이었고, 이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맺는 친교였습니다. 주님의 바람은 이 병자의 치유를 통하여 하느님 안에 맺어질 믿는 이들의 친교였습니다. 예수님은 당신께서 아버지와 성령과 친교를 누리듯, 당신의 메시지를 받아들인 당신 제자들도 일치 안에서 서로 결합하여 하나가 되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요한 17장).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난 이 놀라운 복음적 사랑은 예수님 자신이 선포하는 기쁜 소식에 대한 확신과 열정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귀 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 하느님께서 오늘날 분열된 인류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실 것이란 희망과, 비록 지금은 서로 다른 역사와 사회적 장벽 때문에 갈라져 있지만 언젠가는 일치를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 없이 고통을 나누는 일은 요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교회는 먼저 자신 안의 분열의 책임을 인식하고, 분열 이전에 가졌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이루어진 원초적 일치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교회는 하느님이 인류를 향해 드러내는 깊은 사랑과 일치의 “표징이자 도구”(교회헌장 1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로부터 파견된 교회가 이러한 예수님의 복음적 열정과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이들, 특히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연대적 책임을 안고, 스스로 고통 받는 모든 이의 소리를 듣고, 동정심을 가지고 그들에게 응답하며, 말없는 이들이 말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토대로 저는 금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우리가 실천해야 할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로 모든 그리스도인이 우리 시대에 교회 일치를 갈망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우리의 귀를 열어 주시길 주님께 청합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같은 신앙을 가지고도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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