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한국 천주교 성명서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6. 10. 13 |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요한 14,27)
이번 북한의 핵실험 소식은 우리 국민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커다란 충격과 걱정을 안겨 주었습니다. 평화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 인류에게 남겨주신 선물입니다. 이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 나가야 할 북쪽 형제들이 평화를 파괴하는 핵을 선택한 데 대하여 우리 교회는 깊은 슬픔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그것이 설령 자기 방어를 위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핵무기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이미 한국 천주교회는, 대량 살상 무기를 없앤다는 명분 아래 이루어진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여 “우리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랍니다.”라는 성명서로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2003년 2월 14일).
지난 수년간 남과 북은 평화적인 교류를 지속해 왔으며, 이러한 교류를 통하여 상대방을 적으로 삼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한 민족, 한 형제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그 동안 애써 닦아온 남북 화해의 길을 가로막거나 한반도에 흐르는 평화와 일치의 물줄기를 되돌려 놓아서는 안 됩니다. 또한 이 상황을 이용하여 미움과 대결을 부추겨서도 안 됩니다.
이 땅에 평화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1991년 남북이 공동으로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이 실천되어야 합니다. 이는 오로지 참을성 있는 대화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증오는 증오를 부르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는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국제 사회는 전쟁이나 대결 구도가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화해와 평화의 험난한 여정을 한결같이 걸어가야 합니다. 평화는 끊임없는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이루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를 뒤흔들고 있는 북의 핵실험의 충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에페 2,14 참조)를 신뢰하며,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이 땅에 참 평화를 일구어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희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2006년 10월 13일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 운 회 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 기 산 주교
"Peace I Leave with You" (Jn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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