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농민주일 담화문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 1)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한국 천주교회가 농민주일을 제정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지난 1994년 ‘우르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의 타결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을 시작하였고‚ 그 이듬해인 주교회의 1995년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매년 7월 셋째 주일을 농민주일로 제정하여 전국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깨닫고 창조질서 보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회로 삼아 왔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 간 농촌에서는 가톨릭농민회를 중심으로 마을이나 공소에서 생산 공동체를 만들어 생명농업을 실천하고 공동체 문화의 확산에 힘을 쏟는 한편 도시 본당에서는 생활공동체를 만들어 생명 농산물 직매장을 설치하고 생명농업을 통하여 생산된 먹을거리를 나누며 도시와 농촌이 하나 되는 공동체적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 교회의 이러한 노력들은 수많은 뜻 있는 이들의 동참에 힘입어 농촌에는 용기와 희망이 되고 도시에는 온갖 공해와 오염으로부터 안전한 생명 농산물로 밥상을 차리고 하느님 창조질서에 순응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생명, 환경, 농업의 가치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사회 곳곳에서 우리와 같은 운동을 전개하는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촌을 살리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농업, 농촌은 더욱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농촌을 떠나는 농민은 줄을 이어 이제 전인구의 7.1%인 341만 명만이 남아서 농촌을 지키고 있으며, 그나마 60세 이상이 50%에 이르고 있습니다. 농가부채는 가구당 1993년 682만 원에서 2004년 말 현재 2,689만 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하였고 도농간의 소득 격차 또한 70%대로 크게 벌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는 세계 식량위기를 경고하며 UN이 선포한 ‘세계 쌀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쌀 의무 수입량을 두 배로 확대하고 수입된 쌀의 시판까지 허용하는 내용으로 쌀 재협상을 종결하여 당장 금년 하반기부터는 값싼 외국쌀이 밀려들어 오게 되었습니다. 식량 자급율이 25.3%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3%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농업과 농촌의 근간이며 버팀목이자 민족의 생명줄인 쌀마저 무너진다면 농업, 농촌의 붕괴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주권과 안보,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금년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제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진행 중인 농산물 협상은 대폭적인 관세 및 국내보조 감축을 통해 완전한 농산물 시장 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수출국의 주장대로 이번 협상이 타결된다면 우리의 농업, 농촌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교회는 그동안 위기에 처한 농촌, 농업문제가 단지 농민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농업, 농촌문제를 바르게 해결하지 못하는 한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할 수 없음은 물론 우리 사회와 나라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는 누구보다 먼저 하느님 창조사업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생명의 일꾼이며, 이 시대에 소외되고, 고통당하는 하느님 백성인 농민문제를 해결 하는 데에, 앞장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다운 발전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은, 단순한 생산품의 증가나 재정적 풍요로움이 아니라, 공동체와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인간다운 공동체를 위한 방향으로 변화되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한국 천주교회는 개방 일변도의 농업정책이나 쌀 생산기반을 축소하려는 농업정책에서 벗어나 국가안보와 환경, 국민건강을 생각하는 진정한 국가 발전을 염두에 둔 농업정책 마련에, 국회와 정부의 진지한 노력을 촉구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우선적으로 우리 민족의 안전한 식량생산과 공급을 위한 ‘식량 자급율 목표치’의 법제화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적정농지의 보전, 농가 소득 안정, 농업인력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농촌 공동체의 뿌리인 중농, 소농, 가족농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정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갈수록 고령화되어 가는 농촌사회에 생명살림의 희망을 지닌 젊은이들이 삶의 터전을 마련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 정부는 쌀 개방을 염두에 둔 적절한 정책을 펴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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