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제21회 자선주일 담화문
형제를 사랑하면서 하느님께로
2004. 12. 12.
형제를 사랑하면서 하느님께로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1. 많은 이들이 어려움과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메마르고 각박하고 서로 갈라져 있고 어두움이 짙게 깔린
세상 속에 살고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손길, 보살핌, 위로, 사랑이 기다려집니다. 이처럼 대림 시기는
주님께서 다시 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때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시기이며, 우리들은 주님의 사랑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시기입니다. 하느님께 올바른 대답을 드리기 위하여 속죄와 회개의 삶이 있어야 합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은 속죄와 회개의 삶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2. 한국 천주교회는 은총의 대림 제3주일을 자선주일로 정하였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선행을 하면서, 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신
것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난하고 어려움과 고통에 처한 이들을 사랑하면서 주님의 사랑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주위를 살펴보면 이웃의 도움과 사랑을 기다리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이들 안에서 예수님의 얼굴을 알아보고 구체적으로
사랑해 드려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비유를 통해 “진실히 너희에게 이르거니와, 너희가 이 지극히 작은 내 형제들 가운데 하나에게 해 주었을 때마다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마음은 예수님의 마음을 지니고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 앞에서 편안함을 느끼도록 오른손이 무엇을 하는지 왼손이
모르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마태 6,3 참조).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갚아 주실 것입니다(마태 6,4 참조).
3. 하느님에 대한 사랑에서 이웃에 대한 사랑이 생기며 이웃에 대한 사랑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키웁니다. 하느님
사랑하기를 게을리 하는 사람은 이웃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이웃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이웃에 대한 사랑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사도 요한도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1요한 4,20). 형제를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들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시오.”(마태 5,16) 하시고, “병든 이들은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은 일으키며 나병환자들은
깨끗이 해주고 귀신들은 쫓아내시오. 여러분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시오.”(마태 10,8)라고 말씀하셨고,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서 "가서
당신도 그렇게 행하시오."(루가 10,37)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은총과 선물을 소외된 이웃과 나누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4. 여러분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살면서
주위에 있는 가장 나약하고 작은 이들을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작은 이들은 병자, 고통 받는 이, 천대받는 사람, 소외된 사람,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등 모든 나약한 사람을 뜻합니다. 우리는 이처럼 나약한 이들을 먼저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 나눔은 하느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인간의 본성을 회복할 은총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오늘 자선주일에 사랑과 정성이 모아지면 우리 교회
공동체가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어렵고 나약한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힘은 약하지만 우리의 힘이 모아지면 훨씬 더
큰일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직접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지 못하여도 교회 공동체가 여러분의 몫까지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보잘 것 없는 사람 중 하나에게 그가 내 제자라고 하여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사람은 반드시 그 상을
받을 것이다"(마태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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