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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차 세계 이민의 날 공동 성명서

작성자 : 수원교구 작성일 : 2004-01-14 조회수 : 1150

 제90차 세계 이민의 날 공동 성명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성찰하며


  2003년 7월31일 국회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주 노동자들과 관련한 새로운 고용허가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동안 여러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는  불법체류 노동자의 합법화를 강력히 촉구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통과된 새 법안은 2003년 11월 중순부터 8만여 명의 이주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국외 강제 추방을 위한 단속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 정부의 단속으로 대부분의 불법 이주 노동자들은 숨어버렸고 단속에 걸린 소수의 이주 노동자들은 보호소에서 강제 출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불법체류 노동자들은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숙련된 일꾼들을 잃은 국내 중소 영세기업 공장에서는 기계를 멈출 수밖에 없는 사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계화와 정보화는 세계를 작은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고 모든 대륙에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하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일터와 거주지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 한민족도 해외에 5백만 명이 넘는 동포가 이주하여 살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기본적인 거주.이전,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법 앞에 모든 이가 평등하고 차별받지 않음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과거 왕조시대에는 제한된 소수의 특권계층에게만 그러한 자유가 보장되었으나 오늘날 우리는 노동자, 농어민, 여성, 노인, 장애인들도 모두 예외 없이 같은 자유와 기본권을 누린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들어와서 자신들의 노동으로 한국 국민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도맡아하며 이 사회를 밑에서 떠받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도 우리와 똑같은 존엄한 인권과 품위를 지닌 사람들입니다.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위의 기본권을 제약 당하고 집단으로 강제추방까지 당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과도 정면에서 배치됩니다.

  우리는 새로운 고용허가제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만든 법이 완전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법은 대단히 비논리적인 면을 담고 있고 그 법안의 실행은 단기간에 8만여 명을 검거, 추방하는  매우 비인도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 이러한 검거와 추방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커다란 국제적인 인권문제로 대두될 것입니다.

  세계 모든 선진국이 상당한 수의 이주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며 자국의 산업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희생을 감내하며 선진국들은 이주 노동자들을 보호하여 왔고 이들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엄청난 수의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합법화하였습니다. 이탈리아는 2003년에 약 70만 명이 넘는 이주 노동자들을 합법화했고 출입국이 까다로운 미국도 새해에는 상당한 수의 불법 체류자들을 합법화할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오래 전부터 이민의 권리를 옹호하여 왔습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인간을 위하여 창조하신 지구의 재화를 아무도 독점할 권리를 갖지 못합니다. 인간은 이 재화의 일시적인 관리자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에게는 이를 이주민과도 나누어야 할 의무가 있고, 공권력은 이주민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국회의원들과 관련 정부 부처들이 편협한 민족주의적 자세를 넘어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경외심과 국제 사회의 보편적인 이주민 정책의 흐름을 존중하여 현행 고용허가제를  이주 노동자들과 그들을 고용하고 있는 영세 사업주들 모두에게 정당하고 합리적인 법률이 되도록 개정해 주기를 촉구합니다.


                                      2004년 1월 18일 세계 이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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