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가정 성화 주간 담화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으십시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2002년 한해를 돌아보며 마지막 주일을 지내는 오늘은 성가정 축일이
며 가정 성화 주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이 가정 성화 주간에 우리 모두
는 일찍이 나자렛에서 예수님과 마리아와 요셉께서 보여 주신 성가정의
모범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성가정이 온갖 시
련과 고통 중에서도 하느님과 일치하여 얼마나 서로 사랑하고 이웃을 위
하여 봉사하였는지를 깊이 묵상하여야 하겠습니다.
2. 이 세상에 가정보다 더 소중하고 근본적인 공동체는 없습니다. 가정 제
도는 하느님께서 만드셨고, 구세주 예수님도 이 가정에서 30년 동안 구
원 사업을 준비하셨습니다. 가정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 자라고 사랑이 전
수됩니다. 가정은 더욱 풍요로운 인간성을 길러내는 최초의 학교이며 사
회를 인간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고 원초적인 장소입니다([가정 공
동체], 21항, 43항 참조). 인류의 미래가 이 가정에 달려 있습니다.
3.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참으로 많은 가정이 해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먼저 하느님의 선물인 귀한 생명이 기피되거나 아예 거부당하
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우리 나라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줄
어들고 있습니다. 출산율의 급감과 이혼율의 증가 그리고 수많은 낙태는
바로 생명의 성역인 가정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편의와 안락만을 쫓는 그
러한 세태는 노동 인구 급감과 노령화사회를 초래하고 국가 경제도 위기
에 빠지게 합니다. 이렇게 가정이 생명을 거부하면 바로 그 가정이 무너
지고, 가정이 흔들리면 사회와 국가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4. 가정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가정을 바로 세우는 주체는 바로
가정입니다. 우리는 이기적 물질주의와 퇴폐적 향락주의의 거센 물결을
극복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야 합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면 나자
렛 성가정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자주 하느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온 가족
이 함께 주일 미사에 참여하고,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를 바칠 때에 나자
렛에 계셨던 주님께서 그 가정에도 현존하십니다(마태 18,20 참조). 가정
기도는 가족의 성화를 위한 첫 계단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도 '묵주기도의 해'를 선포하시며, 가정의 위기 극복을 위하여 온 가족이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권고하셨습니다([묵주기도], 6항 참조). 묵주
기도는 언제나 가정의 기도이고 가정을 위한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분
명 가족들을 서로 가까이 묶어 줍니다. 가족들이 모이기가 어렵더라도,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는 가정은 나자렛의 성가
정이 될 것입니다([묵주기도], 41항 참조).
5. 교회와 사회는 마땅히 가정을 도와야 합니다. 가정의 위기는 곧 교회
와 나라의 위기입니다. 가정의 두 기둥은 생명과 사랑이고, 생명과 사랑
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생명을 경시하게 되고, 생명
과 사랑을 소홀히 하면 가정은 해체되기 쉽습니다. 가정이 해체되면, 교
회는 약해지고, 사회는 황폐해집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가정 사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입니다. 그리고 새로 출범하게 될 정부는 미래 한
국 사회의 공동선을 위하여 진지하게 인간 중심의 가정 정책을 수립하기
바랍니다. 과거 정부는 인간을 수단으로 삼는 경제 중심의 가족계획사업
을 추진하였고, 1973년 2월 8일에는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모자보건법까
지 제정하였습니다. 그 뒤 30년 동안 이 법률의 비호 아래 무려 수천만의
태아들이 소리 없이 사라져갔습니다. 교회는 이 법률의 폐지를 지속적으
로 촉구하여 왔고, 새 정부에도 거듭 촉구합니다. 또한 산부인과 의료인
들에게 생명 존중을 호소하며, 동시에 의료인들을 낙태로 몰고 가는 의
료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촉구합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6. 가정의 성화를 위하여 우리 모두가 노력하여야 합니다. 나자렛의 성가
정이 기도에 열중하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였듯이, 온 가족이 함께 기도
하고,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신의를 지켜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도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여야 합니다. 교육열과는 전혀 다른 '교육 부재'의 현실
속에서 부모는 첫 스승으로서 모범을 보이며 자녀들에게 삶의 참된 진리
를 가르쳐야 합니다. 부모의 모범과 산 증거야말로 자녀들에게 평생 지워
지지 않는 교훈이 될 것입니다. 또한 가정은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는 첫
학교이니 만큼 이웃을 사랑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정 안에서부터 배우
고 실천하여야 하겠습니다. 특히 사회복지기관 방문과 봉사는 물론이고,
주변의 결손 가정, 이혼한 편부모 가정, 혼자 사는 노인 등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