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서판교성당에서 인문학 강의가 열리고 있다.서판교본당 제공
요즘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제2대리구 서판교성당 4층 교리실에서는 이탈리아 메디치가를 중심으로 한 유럽 역사 강의가 펼쳐진다.
지난 3월 14일에는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Cosimo di Giovanni de’Medici, 1389~1464)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뉘었다. 코시모가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배경에서부터 피렌체 공의회의 유치, 도서관 설립, 플라톤 아카데미 설립까지 흥미진진한 내용들은 20여 명 참석자들의 귀를 모았다. 코시모가 후원한 예술가 중에는 ‘수태고지’ 성화로 익숙한 프라 안젤리코도 포함돼 있었다. 재능있는 미술가에 대한 지원은 교회 미술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었다.
2월 28일 시작해 5월 2일까지 10주 과정으로 진행될 이 강의는 권회숙(이멜다)씨의 재능기부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이어온 강의다. 상·하반기 학기제로 일 년에 두 번 열리는 강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튀르키예 등 나라별로 특별히 미술사와 연관된 문화사 전반을 다뤄 호응이 크다. 코로나19 이전에는 60여 명이 두 반으로 나뉘어 참여했다.
강의는 권씨가 본당 신자들에게 성지순례 등 유럽 여행을 갈 때 필요한 지식들을 알려주는 ‘여행으로 배우는 유럽 역사’를 시작한 것이 계기다. 서양 역사와 미술을 모른 채 유럽 여행을 가는 것은 ‘껍질째 요리한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는 본인 체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권씨는 배낭여행 등으로 유럽을 다니며 현지 역사와 문화적인 배경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이후 공부와 함께 현장 체험식으로 여행을 떠나 유럽 역사 특히 미술사 등 문화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이런 권씨의 노하우에 신자들이 강의를 청한 것이었다.
강의를 듣는 신자들은 “강의가 중세 교회 문화 이야기들과 접목되면서 교회사와 성경 내용 등으로 이어지며 현재 나의 신앙까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권씨는 “유럽 역사와 그 시대 정치 사회 배경 등은 결국 지금 우리의 현실을 살면서 반면교사의 지혜를 얻게 된다”며 “시대가 혼란할수록 인문학은 ‘나’와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본당은 인문학 강의 외에도 퀼트, 수공예 등 취미 활동 모임을 재능기부로 운영하는데, 이는 재능을 나누며 친교를 다지는 장을 자연스럽게 만들고 있다.
김용선(마티아) 보좌신부는 “인문학 강의는 단순히 외국 문화를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톨릭 예술과 역사를 알려주는 면에서 신자들에게 유익한 것 같다”며 “이런 나눔의 시간과 자리가 더욱 많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