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서동 민족화해위원회 사무실에서 위원장 유재걸 신부(오른쪽)와 실무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1999년 5월 12일 의왕 성라자로마을 아론의 집에서 개최된 교구 춘계 사제연수회는 교구가 통일사목에 전격적으로 나서는 시발점이었다.
이때 북방선교를 주제로 집중적인 연수를 실시했던 교구는 북한선교를 희망하는 사제들로부터 ‘북한선교 지원서’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14명이 지원했고 이들을 주축으로 ‘북한선교 지원 사제 모임’이 결성됐다. 이 모임은 ‘수원교구 북방선교위원회’로 임시 변경됐다가 그해 12월에 ‘천주교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라는 명칭의 교구 공식 기구로 출범했다.
이런 일련의 교구 움직임은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 사명을 띤 한국교회 일원으로서 95년부터 통일기금을 조성하며 중국 및 북한 선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노력해온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유재걸 프란치스코 신부, 이하 위원회)는 민족의 염원인 남북 화해를 위해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초반에는 중국에 사제들을 파견하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방선교 활동을 모색했던 민화위는 대북 지원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북한이탈주민 지원 활동에도 매진했다. 2007년과 2009년 북한이탈주민 아동청소년 그룹홈 ‘안산 나르샤’와 ‘수원 나르샤’를 시작한 위원회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청년 멘토 단체 ‘온새미’를 운영하기도 했다. 2013년 완공된 민족화해위원회센터는 더욱 적극적으로 통일사목 활성화를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
현재 위원회가 벌이는 주요 활동은 ▲대북 지원 및 정기적 대북지원 사업 준비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소 안성 하나원 종교 활동, 그룹홈 운영, 의료·법률 지원, 문화 체험 ▲북한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해를 위한 교육 및 연구사업 ▲후원회 및 홍보 사업 등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에 주력하고 있는 민화위는 맞춤형 예비신자 교리를 통해 세례를 받도록 영적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영적·물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다. 동시에 민족화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다양한 방안을 통해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 평화 의식을 고취하는 것이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제작한 「가톨릭 신자를 위한 ‘평화와 화해’ 교재」 교육 영상 등을 통한 평화에 대한 인식 확대 작업 같은 것들이다.
올해는 기존 행사 일정과 함께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남한과 북한의 대화 재개를 위한 ‘철원 소이산 평화 순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 및 북한 성당 사진 전시회, 북한 물품 전시’, ‘DMZ 평화의 길 걷기’ 등의 행사에 주력할 예정이다.
코로나19는 위원회에 봉사자 양성 부분에서 영향을 미쳤다. 센터에 설립된 수원가톨릭대학교 부설 통일사목연구소는 그간 통일사목을 위한 연구와 더불어 통일사목과 민족화해 문제를 고민하는 전문 사제 및 평신도 전문 봉사자를 양성하는 역할을 했고, 특히 연구소가 주관하는 통일사목아카데미는 봉사자 양성의 장이 됐지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로 차질을 빚었다. 위원회는 올해 내로 조직을 재정비해 각 활동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북 관계가 경색되며 대화의 창구조차 사라진 상태에서 위원회는 ‘통일’ 이슈에서 ‘평화’ 이슈로 민족화해 활동의 면모를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위원장 유재걸(프란치스코) 신부는 “먼저 우리 모두가 자신의 평화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참된 평화 의미에 더 가치를 두기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념 갈등에 휩싸여 다투는 것에 너무 많은 힘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위원회가 주관하는 미사 전후에는 ‘평화의 기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가 봉헌된다.
또 위원회는 모든 교구 신자 마음에 평화에 대한 열망이 일어나도록 할 예정이다. 평화와 통일을 분리해서 생각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위원회 활동이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더불어 모든 이들에게 평화 의식이 생기도록 돕는 이유다.
평화 의식 고취를 위해 마련된 청년도보성지순례. 사진은 2019년 7월 열린 제18기 청년도보성지순례 참가자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남북이 긴장 관계 속에 처한 요즘 정세는 후원 회원 모집에 어려움을 준다. 북한이탈주민 생활 지원과 의료비 지원 등에 드는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후원금도 많이 줄었으나, 한편 어려움 가운데서도 후원을 잊지 않는 회원들 덕분에 북한이탈주민 지원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탈주민들이 정착해서 잘 살아갈 때, 또 세례를 받고 하느님 자녀가 될 때, 그룹홈 아이들이 잘 성장해 갈 때, 또 원예교실 등 센터에서 여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위안을 얻는 북한이탈주민들의 모습을 볼 때 유재걸 신부를 비롯한 위원회 실무자들은 보람을 느낀다.
유 신부는 “세상과 물질을 넘어서는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희생하는 신앙 교육이 필요하다”며 “우리에게 가장 가치 있는 평화를 위한 기도와 한반도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자주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의 031-417-5322 민족화해위원회, peacemhw.casuwon.or.kr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