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생명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창해 신부(왼쪽 두 번째)를 비롯한 위원회 직원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됐기에, 그 존재 자체로 존엄을 간직(「지상의 평화」 55항)하고 있음에도 세상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불의와 폭력이 넘친다. 태아 시기에서부터 수많은 생명이 외면당하고 피부색 종족이 다르다고 차별받는 현실에서 “생명을 보호하고 증진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평화가 있을 수 없다”(「생명의 복음」 101항)는 가르침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김창해 요한 세례자 신부, 이하 위원회)는 곳곳에서 생명이 무시되는 상황에 맞서 인류 구원을 위해 생명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성체성사 정신과 제2대 교구장 고(故) 김남수(안젤로) 주교의 ‘생명 사랑’ 마음을 본받아 생명의 문화를 꽃피워 내자는 설립 의지를 담고 있다.
김남수 주교는 당신의 주교직을 통해 ‘생명 하나 더’라는 적극적인 생명운동을 실천한 선각자로 평가된다. 생전에 김 주교는 강론과 담화문, 언론을 통해 참 생명에 대한 가르침을 알리는 평생 생명 운동에 헌신했다.
이런 토대를 바탕으로 교구는 2006년 1월 한마음운동본부 본부장 임명을 시작으로 구체적인 생명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한마음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헌혈 캠페인, 제3세계 생명 기금 모금 운동, 생명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생명 수호 활동과 사업이 전개됐다. 2012년 9월 생명위원회 회칙이 승인되며 한마음운동본부와 ‘천주교 수원교구 안젤로 생명사랑회’ 사업이 통합 이관됐고 이로써 교구의 생명 운동은 일원화되고 더욱 체계화됐다.
‘생명위원회’로 생명 보호 증진 활동의 새로운 닻을 올린 교구는 헌혈 캠페인 등 기존 사업을 지속하면서 2013년 5월에는 교구민의 생명 의식 고취를 위한 제1회 생명 수호대회를 개최했다. 또 2014년 9월에는 제1회 생명학교를 개강했다.
이후에도 새로운 시도는 계속됐다. 2014년 6월 입양가족 자조 모임이 구성됐고, 생명학교는 수료생들이 생명학교 독서회를 만들어 교회의 생명 관련 문헌과 회칙 등 가르침을 읽고 공부하는 후속 모임을 이어갔다. 2016년 3월에는 ‘가톨릭 생명 사랑 청년 모임’이 출범했다. 이 모임들은 생명 사업 봉사자들이 양성되는 장이 됐다.
2016년 김창해 신부가 생명위원장으로 부임하면서는 추가로 긴급 치료비 지원, 생명지도 보급 등 실질적인 생명 살리기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위원회 활동은 크게 ▲생명나눔(헌혈 및 장기기증 캠페인) ▲희망나눔(미혼모, 한부모, 입양가정, 다자녀 가정 및 희귀난치병 치료비 지원) ▲사랑나눔(아프리카 제3세계 지원) ▲기도교육(생명수호 미사 및 생명학교 운영) 사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위원회가 기본적으로 비중을 두는 것은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는 것이다. 김창해 신부는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생명 나눔 헌혈 장기기증 캠페인’을 예로 들며 “생명위원회가 추구하는 가치는 당연히 이 시대의 죽음의 문화를 물리치고 생명 문화를 계속 확장하고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생명 수호 활동에 협력하면서 교구 나름의 다양한 생명 나눔 및 교육 활동으로 생명 존중이라는 교회의 기본 가치를 수호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올해 눈여겨볼 것은 사회적 생명 차원에서 지역 사회와 연계한 단중독 활동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대체로 국민 8명 중 1명이 중독의 어려움을 겪을 만큼 우리나라의 중독 문제는 심각하다. 위원회는 중독이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의 삶에 영향을 주는 가족 병으로서 결국 위기 가정을 초래하는 것에 주목했다. 생명의 보금자리인 가정이 건강해야 생명 문화 확산도 견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교구청 인근 수원 파장동 행정복지센터와 연결해서 오는 5월경 단중독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생명 문화 조성과 나눔 역시 지역사회와 맥을 같이해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도 스며있다. 위원회는 이미 사랑의 도시락 나눔, 공영장례 업무 등 지역과 함께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자조 모임으로 출발한 생명학교 독서회가 오는 5월 7주년 세미나를 열고 백서를 발표하는 것도 주목된다. 세미나는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생명에 대한 가르침을 공부하며 느꼈던 점들 또 그 과정에서 생명 지킴이로 얼마나 실천하고 성장했는지 경험담을 나눈다.
‘생명 존중’이 교회의 기본 가치임에도, 생명을 지키는 일은 교회의 특정한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인식 부족은 생명 수호 활동 일선에 있는 이들에게 늘 고충이다.
김창해 신부는 “예수님께서 인간의 생명을 되찾아주시기 위해 당신 목숨을 내주신 사순 시기를 살고 있는데, 이는 생명과 무관할 수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의 신앙 고백은 생명과 동떨어진 것이라 할 수 없기에 생명 수호 활동이나 캠페인 동참은 곧 간접적인 신앙고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신부는 “삶의 현장에서 죽음의 문화를 밀어내기 위해서는 백색 순교처럼 일상 안에서 생명 지킴이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의 031-268-8523, 생명위원회 vita.casuwon.or.kr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