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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자연 안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일궈낸 청국장 신화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2-15 조회수 : 1493

성필립보생태마을 황창연 신부, 생태마을 운영 사목 이야기 풀어낸 도서 출간


청국장 신부의 코로나 일기 / 황창연·박현민·김영복 신부 지음 / 기쁜소식


“우리 콩을 소비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첫해 대략 600만 원어치 팔았어요. 2019년에는 매출액이 100억 원을 넘겼고, 작년에는 170억 원 정도. 그만큼 많은 사람이 효과를 봤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동시에 우리 농촌도 살리고. 우리가 콩 7700가마 정도를 수매하거든요.”

강원도 평창군 도돈리 성필립보생태마을(수원교구)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청국장 얘기다. 된장, 고추장, 간장만 만들기에는 콩이 너무 많아서 방법을 연구하다 2004년부터 청국장 가루를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고, 당시 7%대던 국내 식용콩 자급률은 현재 20%를 넘고 있다. 그 중심에 황창연(원장) 신부가 있다.



사목과 경영의 공통점

“제가 위가 안 좋아서 고생했어요. 위암도 발병하고. 그런데 청국장 가루를 먹고부터 많은 문제가 해결됐어요. 소화도 편하고 배변도 편하고. 다른 분들도 효과를 보니까 이렇게 많이 팔리겠죠.”

생태마을에서 만난 황 신부는 바로 청국장 예찬에 나섰다. 그는 최근 「청국장 신부의 코로나 일기」라는 책까지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부 활동이 크게 축소됐던 시절, 생태마을 이야기를 엮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각종 영양소와 효능, 식품미생물, 식품위생법 등이 적힌 글은 식품영양학 저널 같기도 하고, 생태마을 운영과 수익 등에 대해 상세히 기록된 내용은 전문 경영인의 서적 같기도 하다. 그 사이 청국장의 효험을 경험한 이들의 리뷰가 쏟아진다. 특히 각종 숫자가 인상적이다. 청국장 가루를 꾸준히 섭취할 경우 화장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60cm부터 기부나 매출과 관련해서는 억 단위 금액이 너무 자주 언급돼 비현실적일 정도다.

“우리 직원이 약 60명이고 평균 나이가 31살인데 초봉이 4000만 원 정도예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거죠. 예전에 강의할 때 ‘몸으로 사는 놈이 있고 머리로 사는 놈이 있다’고 했는데, 몸으로 살아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사회구조가 가능한 거예요. 중요한 게 오너가 많이 가지고 가면 이렇게 못 주죠. 나는 직원들과 거의 똑같이 받으니까 나눌 수 있는 게 커요.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콩 수매를 해주고, 젊은 친구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민들의 건강도 책임지니까 여러 가지로 유익하죠. 그래서 오너는 사회적인 책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야 해요.”

여기서 오너는 당연히 황창연 신부다. 사제로서 교회 안팎에서 이른바 스타 강연가일뿐만 아니라 유능한 경영인인 셈이다.

“경영이라는 게 사목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최고 경영자 예수」라는 책이 있어요. 예수님이 세운 회사가 2000년 이상 운영되고 있잖아요. 거기다 다국적 기업이고. 예수님께 경영의 노하우가 있어요. 처음은 서비스죠.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섬기러 왔다.’ 그리고 인재양성. 열두 제자를 뽑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줬잖아요. 자기 확신도 있었어요.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포도나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확신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의심 없이 믿고 따를 수 있죠. 예수님을 묵상하고 잘 따라 하면 경영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마을

한편으로 황 신부 역시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 청년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생태마을은 인터넷 유통을 통해 전국적으로 판매망을 늘릴 수 있었고, 유튜브에 다볼 사이버 성당까지 조성해 구독자 30만 명을 앞두고 있다.

“맞아요, 우리 생태마을이 잘되는 이유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요. 인터넷을 통해 온 국민과 대화하고, 다볼 사이버 성당의 신자는 웬만한 시의 시민들보다 위력이 있죠. 게다가 30만이라는 구독자는 대부분 저를 적극 지지하니까. 지금도 튀르키예를 돕자고 나서고, 수단이나 잠비아 아이들을 돕자고 하면 열흘 만에 1억 원이 모여요. 오늘도 어려운 데 학교 지어달라고 누군가 5억 원을 기부했어요. 그런 기부금이 1년에 10억 원이 훨씬 넘어요.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그러고 보면 생태마을은 우리 땅과 농작물 등 가장 전통적인 것에서 비전을 찾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진보적인 현장이 아닐까.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는 돈이 모인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모이는 곳이 온라인이에요. 온라인을 잘 읽는 사람이 미래의 주인공이 됩니다. 교회도 유튜브를 잘 활용해야 해요. 깜짝 놀란 게 다볼 사이버 성당 교우들 가운데 장애인이 많아요. 전체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고. 소외되고 잊혀가는 이들에게 사이버 성당에서는 미사뿐 아니라 특강에 성경 강의, 일주일에 서너 번은 실시간으로 대화하면서 이름도 불러주니까.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 들어와요. 한 공간 안에서 공통의 주제를 놓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농토, 환경, 사람을 살리는 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황 신부는 온라인 용어로 얘기하자면 파급력이 어마어마한 인플루언서다. 그가 말하고 행동하면 사람도 돈도 함께 움직인다. 앞서 언급한 ‘자기 확신’ 때문일까. 강연이나 책에서도 거액의 인세나 기부금, 엄청난 사업규모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는 황 신부의 모습은 자신감에 넘친다.

“그런 편이지(웃음). 그런데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게 겸손이라고 생각해요. 하느님께 5개 받았는데 2개밖에 없다고 말하는 게 겸손은 아니잖아요. 개인적으로 투명하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걸 좋아해요. 많은 기부도 투명성에 있지 않나 싶어요. 나한테 기부하면 그 돈이 다른 데로 가지 않고 목적 그대로 쓰일 거라는 믿음. 우리 직원들이 먹고사는 건 청국장 팔아서 다 충당하니까 기부받은 건 100% 좋은 데 쓰는 거죠. 그리고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가면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보는 것 같아요. 이미 기부문화가 형성됐다는 걸 피부로 느껴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공부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누구보다 하느님의 길을 모색했다.

“40대 후반에야 큰 실수를 안 했지, 30대부터 40대 초반까지는 인생수업 많이 했죠. 사기도 당하고, 주위의 시기 질투와 분노도 정말 심했어요. 지금은 받아도 ‘아, 내가 잘났으니까 어쩔 수 없다’ 초연해졌죠.(웃음) 그리고 중요한 게 제가 환경에 관심을 갖고 공부한 게 신학교 3학년 때부터입니다. 취재 왔던 분들이 ‘계획을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실현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그런데 신부님은 어느 날 보면 실제로 하고 있다’고 말해요. ‘남들한테 어려운 게 신부님한테는 참 쉽다’고 하는데,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열심히 살아온 게 30년이라서 지금은 수월하게 진행되는 거예요.”

30대부터 숱한 인생경험을 통해 구축한 일들은 대부분 실현됐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계획과 소망이 있다. 가장 큰 프로젝트는 김치 매출액 100억 원 달성, 그리고 영성생활이다.

“작년에 김장 매출액이 17억 원이었는데, 최근 평창에서 전국가톨릭농민회 회의가 있었어요. 가능할 것 같아요. 우리는 농약을 안 치니까 흙을 살려요. 농약 안 친 배추, 고춧가루, 대파, 무, 쪽파, 갓 등을 살리면 곧 농토를 살리는 거고, 그게 환경을 살리고 국민을 살리는 거니까. 100억 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또 다른 환경운동을 하는 거죠. 땅이 숨을 쉬면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거든요. 환경 살리는 일은 죽을 때까지 해야죠. 개인적으로는 영성생활에 충실하려고 해요. 우리 나이로 올해 59살이거든요. 11년 있으면 은퇴해요. 올해까지만 이런 일을 진행할 거고, 내년부터는 은퇴 준비를 해야죠. 내가 벌여 놓은 일을 교회가 받아들여서 지속성을 갖도록 작업할 예정이에요. 요즘은 그런 데 마음을 쓰고 있어요.”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사진=이승선 기자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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