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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장애인 ‘행복 로드맵’을 원한다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2-08 조회수 : 717

국민의힘 최재형·이종성 의원 등 장애인 시설 ‘둘다섯해누리’ 견학… 장애인 거주 모형 다양화로 정책 방향 수정


▲ 둘다섯해누리 내 재활치료 및 운동실. 장애인들이 운동을 하거나 재활치료가 이뤄지는 장소다.


▲ 이기수 신부와 국민의힘 최재형·이종성 의원 등 둘다섯해누리를 참관한 이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어디서 살던, 어떤 모습으로 살던 제일 중요한 거는 행복입니다. 시설에서 살든 시설 밖으로 나가서 살든 행복하면 되잖아요. 장애인들이 어디에서 사느냐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집 안에다 막 집어넣는다면 그 자체가 감옥이 될 수 있죠. 장애인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로드맵이 있어야 하는 데 엉뚱하게도 시설을 없애야 한다는 논리가 나왔습니다.”

장애인거주시설 ‘둘다섯해누리’ 원장 이기수(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 신부는 1일 견학차 시설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이종성·최재형 의원, 서울시 이수연 복지기획관, 화성시 정구선 시민복지국장, 밀알나눔재단 대표 정형석 목사등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다섯해누리는 수원교구가 “우리 시설에 맡기는 모든 부모가 ‘우리집 보다 좋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로 2008년 9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현재 총 112명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생긴 둘다섯해누리 거주시설에 지적장애 67명, 자폐성장애 9명, 지체장애 4명 등 총 80명, 그리고 최근에 개원한 공동생활시설 그룹홈 ‘별빛누리’에 32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행복을 우선한 시설

먼저 이 신부는 참석자들을 ‘생활별동 별빛누리’ 그룹홈으로 안내했다. 입소자 4명이 주방과 거실, 각자 개인 방을 가지고 지내는 장소다. 공동 테라스에서 입소자들이 친목 활동을 할 수 있고, 옥상에서는 대부도 일대가 시원하게 보인다. 별빛누리 8채의 그룹홈에 총 32명의 발달장애인이 생활할 수 있다. 스웨덴의 단체주택을 모델로 삼아 만들었다. 이곳 1층에는 치과용 진료의자인 유닛체어와 이ㆍ미용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 신부는 “장애인들의 신체 특성상 스케일링 등 치과진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지난해 후원을 받아 유닛체어를 마련했으며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간단한 진료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생활별동 옆 수영장. 따뜻한 물속에서 장애인들이 한창 수영을 하고 있고, 바로 옆은 사우나가 설치돼 있다. 둘다섯해누리 관계자는 “미국 장애인 시설을 참고해 수영장에 지붕을 덮고 벽을 만들어 사계절 내내 이용할 수 있다”며 “이 시설은 거주 장애인에 대한 물리치료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건물 입구에 있는 체육관은 바닥 난방이 들어오는 시설로 날씨와 관계없이 다양한 체육 활동이 가능하다. 옆 건물에 있는 영화관에서는 매주 문화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이 신부가 마지막으로 참관객을 이끈 곳은 장애인 재활승마장을 용도 변경해 만든 보스코 직업적응훈련센터다. 이곳은 장애인들이 목공, 요리, 제빵 등 기술을 배우고, 쿠폰으로 물건을 사는 등 경제활동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센터 안쪽에는 자원봉사자와 장애인 입소자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이날 장애인 종업원들은 직접 과일주스를 만들고 밀차에 실어 방문객들에게 배달했다.

이 신부는 “과거 견학 차 찾았던 독일 장애인복지시설의 경우 200명이 넘는 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목공, 염색, 디자인 등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은 물론 물건을 실제로 만들어 팔기도 했다”며 “장애인들도 일을 하는 게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설 견학을 마친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김현아 대표는 “현재 아들이 입소해 있는 시설과 너무 비교된다”며 “이런 곳이라면 얼마든지 안심하고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있는 곳은 탈시설 정책으로 80명이던 장애인이 현재 50여 명밖에 없다”며 “둘다섯해누리같은 곳에서 장애인들이 살 수 있도록 이런 시설을 더 많이 짓고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인구는 254만 6000명이며 지체장애인 인구가 절반인 125만 4000명으로 가장 많고, 청각장애인이 12.4%, 시각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이 각각 9.9%다. 발달장애인은 8.8%인 22만 5000명, 기타장애인이 9.4%인 23만 9000명이다.



거주 선택의 자유를

안내를 마친 이 신부는 “독일의 경우 장애를 9단계로 구분해 장애인주거시설 입소는 4~9단계에만 주고 3단계 이하는 장애인증도 발급하지 않는다”며 “장애인주거시설 입소에 대한 결정은 우리와 달리 의사의 엄격한 판단에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과 장애인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으로 경증의 단순한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가 있는 보통 사람으로 사회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복지 선진국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 유럽의 경우 장애인이 어디에서 살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며 “일반 주택단지에 있는 소규모 장애인주택에서 살기도 하고, 우리처럼 큰 시설에서 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살 수도 있고 저렇게 살 수도 있는 만큼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시설은 감옥이 아니고 어떤 누군가에는 천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설을 둘러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재형 의원은 “정말 장애인들의 실정을 잘 배려해서 좋은 시설을 열심히 관리해 주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장애인들이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고 이런 시설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의 헌신만으로는 시설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정책이나 입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위원회 소속인 이종성 의원도 “과거 탈시설을 국정과제로 못을 박아놓고 탈시설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 지원 등이 급격히 축소되고 시설이 마치 범죄기관처럼 전락한 부분이 있어서 종사하는 분들이나 운영하는 분들이 굉장히 힘들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 시행되는 장애인 정책개발 5개년 계획에서 탈시설이라는 용어가 다 삭제됐다”며 “장애인들의 거주 모형을 다양하고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이수연 복지기획관은 “오늘 본 것을 토대로 여러 대안을 검토하겠다”며 “일단 서울시는 장애인들이 시설에 있든 아니면 시설 밖으로 나와서 생활하든 선택권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재형 의원 등은 오는 3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와 밀알나눔재단 등 종교단체,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를 비롯한 장애인단체와 합동으로 오스트리아 전문가 등을 초청해 국회에서 해외 사례를 듣는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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