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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강좌 지상 중계-‘시노달리타스와 한국천주교회’] (4)시노달리타스의 실제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1-16 조회수 : 817

교회 쇄신 방향에 대해 하느님 백성 전체에게 ‘자문’ 구하는 과정

하느님 백성 ‘모두’가 부름 받은 것
성직자-평신도 주도권 싸움 아닌
하느님 뜻 식별 위한 공동의 노력
결과보다 함께 걷는 ‘과정’ 중요


■ 김도형 스테파노 신부(춘천 만천본당 주임)
-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6차 정기총회 춘천교구 책임자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최영균 시몬 신부)는 지난 10월 11일부터 ‘시노달리타스와 한국천주교회’ 강좌를 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김도형 신부(스테파노·춘천 만천본당 주임·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6차 정기총회 춘천교구 책임자)가 ‘시노달리타스의 실제’를 주제 강연한 강좌 주요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신학위원회 위원 피에로 코다 몬시뇰은 이번 시노드가 지닌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2000년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하느님 백성 모두가 참여하도록 부름받은 시노드이자,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장 중대한 교회 사건”으로 밝힌 바 있다.

‘시노달리타스’는 ‘하느님 백성 전체가 교회의 삶과 사명에 관련되고 참여하는 것’을 일컫는다. ‘하느님 백성이 저마다 제 길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신앙 감각으로 공동체와 친교를 이루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신학적 기초의 방점은 ‘하느님 백성’의 교회론이고, 이것이 시노달리타스를 이해하는 뿌리다. 하느님께서 불러 모으신 백성으로서 교회에 속한 이들은 그 품위에 있어서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백성은 교회 안에 있는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로지 ‘하느님’의 것이다. 적지 않은 곳에서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마치 기존의 성직자 중심주의가 가진 폐해를 극복해 이제는 교회 주도권이 평신도에게로 이양된 것 같은 일종의 ‘주도권 싸움’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교회 주도권은 ‘하느님’에게 있으며 그 뜻을 함께 식별하기 위한 공동 노력으로 시노달리타스를 이해하지 않는 한 그 실현은 소원하다.

시노달리타스가 중요한 이유는 하느님 뜻을 찾는 ‘식별’을 위해 모든 하느님 백성이 친교 안에서 함께 참여하고 경청하며 논의하는 여정의 구조와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시노달리타스와 민주주의는 그 기반에 ‘다양성’과 ‘참여원리’가 공통적으로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결정’에 초점이 있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른다면, 시노달리타스는 ‘모든’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걷는 ‘과정’이라는 점이 차이다.

교회의 자기 쇄신이 ‘교회다움’의 회복이라고 할 때, 시노달리타스는 그 쇄신의 방향을 제시한다. 시노드적 회개는 단순히 제도적 차원이 아닌 ‘사목적·영성적·교회적 삶 등’ 모든 영역의 본질적 회개를 포함한다. 이런 부분이 특별히 오늘날 시노달리타스를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시노달리타스는 ‘모든 사람’, ‘몇몇 사람’, ‘한 사람’의 구조를 지닌다.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64항은 “시노달리타스는 신자들 전체에 의한 신앙 감각의 행사(모든 사람), 각각의 사제단과 함께하는 주교단의 지도 직무(몇몇 사람), 그리고 주교와 교황의 일치의 직무(한 사람)를 내포한다. 이렇게 하여, 시노드적 역동성 안에서, 하느님의 백성 전체를 포함하는 공동체적 측면, 로마 교황의 수위권 직무가 서로 결합된다”고 설명한다.

이 구조 안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방법론적 측면이 ‘자문’이다. 위 문서 65항은 “교회의 시노드적 삶의 쇄신을 위해서는 하느님 백성 전체에게 자문을 구하는 절차들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시노달리타스의 목적이 ‘하느님 백성이 함께 모든 것을 살피고 좋은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할 때, 이를 위한 과정이자 방법론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자문’의 가치에 대한 재성찰이다.


지난해 10월 춘천교구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에서 평신도·수도자·사제 대표들이 공식 로고가 담긴 액자를 들고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 성전으로 들어가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의결권을 가진 공의회와 자문권을 가진 시노드의 구분이 의결권을 가졌다고 해서 절대적 상급 기구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것처럼 교회의 삶에 대해 자문권을 행사하는 ‘시노드’의 여정에 대한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자문 활동은 교회의 ‘공동체성’과도 연결된다. 교회의 삶 안에 결정 주체가 ‘하느님 백성’이고, 그 안에서 역할은 다양하다. 그래서 그 뜻을 모으는 과정이 ‘자문’이므로 사회적 영역과는 절대적으로 다르기에, 폄하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유럽교회를 비롯한 우리 한국교회에서도 시노달리타스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가장 대표적 원인이 이 ‘자문권(건의투표권)’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5항은 자문의 내용과 과정을 “공동체 전체가 하느님 뜻에 더 부합하는 사목적 결정들을 내리고자 기도하고 경청하고 분석하고 대화하고 식별하며 조언하도록 소집된다”고 설명한다.

이 모든 과정이 시노드적 과정이고, 자문의 구체적 단계들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보편교회 차원의 ‘세계주교시노드’를 새롭게 설립한 것도, 보편교회 수장인 교황이 ‘자문’을 요청하는 것이다.
자문이 강조되는 만큼 경청이 중요하다. 시노달리타스의 활동 중심에는 경청이 자리한다. 목자와 신자, 신자와 신자,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성령을 통한 하느님 말씀을 같이 ‘듣는 것’이다. 단순한 들음이 아니라 ‘경청’ 하는 것이다.

자문 과정에서 ‘조언’ 또한 잘 해야 한다. 내가 원하고 교회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선익을 위해 나의 신앙 감각으로 파악되는 바를 조언하고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이들의 책임성을 잊지 않아야 한다. ‘기도하고 경청하고 분석하고 대화하고 식별하며 조언’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러나 결정에 도달하는 것은 시노드적인 과정이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목적 차원에서 목자의 권위에 속하는 직무적인 책임이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자문의 가치와 목자의 고유한 권위가 공존해야 하는 것이다.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회심과 쇄신은 개인적 차원과 제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개인적 쇄신에서는 경청의 자세가 요청된다.

제도적 쇄신과 관련해 제안해보면, 첫째, 평의회의 올바른 제자리 찾기가 필요하다. 공동체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듣고 얻은 의견을 ‘몇몇 사람’인 임원들이 ‘검토, 연구, 식별’하여 실천 방향과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평의회 안에서 ‘한 사람’인 목자의 최종 결정을 돕기 위한 자문 과정을 끊임없이 거쳐야 한다.

둘째, 시노드적 공론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본당 사목평의회 구성원들은 전체 신자들에게서 다양한 방법을 통한 경청과 공청회, 서면 제안 등 방식으로 신자들 의견을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공동체 내 대화 문화 조성이다. 모두가 참여하는 시노드적 실현이 되려면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소통 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므로 경청의 태도와 기탄없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넷째는 성직자 수도자의 지속 교육과 평신도 양성 및 교육이다.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은 곧 ‘교회와 더불어 느끼기’(sentire cum Ecclesia)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이는 교회와 조화를 이루어 느끼고 체험하며 지각하는 것으로서, 하느님 백성의 모든 구성원이 일치를 이루도록 하며 그들의 함께 걸어가기에 열쇠가 된다.

교회 공동체가 함께 찾고 따라야 하는 근본적이고 궁극적 원리는 ‘여론’이 아니라 교회 구성적 원리인 ‘하느님 말씀’이어야 한다. ‘교회적’이기 위한 기준은 공동체 결정과 지향과 행동이 과연 복음 정신에 부합하는지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누가 결정하는가’가 아니라 ‘함께 식별하고 있는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이다.
시노드 정신은 단순히 정의를 위한 교조적 개념이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서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실천적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 ‘시노드 정신의 토착화’ 없이는 시노드 정신의 실현도 불가능한 것이다.

정리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2-11-20 [제331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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