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영어 공부를? 공부·기도 함께 하니 일석이조”
영어전공 이지희 수녀가 기획
주일학교 떠나는 청소년들
자연스레 다시 불러올 수 있어
“Hail Mary, full of grace, the Lord is with thee~’
지난 3월 10일 오후 5시30분 제1대리구 권선2동성당(주임 정희성 베드로 신부) 교육관에서는 약 10명 정도의 중고등부 학생들이 바치는 영어 기도문이 흘러나왔다. 이지희 수녀(젬마·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가 지도하는 ‘쉐어링(Sharing) 영어’ 수업 시작 기도 광경이다. 늘 영어 주모경을 시작과 끝기도로 바친다.
쉐어링 영어 교실은 본당이나 교회 단체 안에서 영어 전문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을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이 수녀가 고안한 교육 기법이기도 하다.
이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초부터 영어를 정확하게 배우고 학습 내용 이해에 대한 점검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중등부 1학년이든 고등부 2학년이든, 학년에 관계없이 고등부 내신과 수능시험을 연결해서 대학 진학에 차질이 없도록 돕는다.
본당에서는 지난 2020년부터 이 영어 교실이 열렸다. 영어가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현실에서 주일학교 청소년들이 영어 학습을 통해 교회를 만나고 하느님을 만나는 계기를 만들어 주자는 취지였다.
현재 13명의 청소년들이 3개 반으로 구성돼 매주 2회 대면·비대면 수업을 병행해 듣는다. 보통 화요일에는 온라인으로, 목요일에는 이날처럼 성당 교육관에서 대면으로 진행된다.
이날 학생들은 각자 외운 단어를 점검하고 문법이나 독해 문제를 풀거나 배운 것을 복습했다. 이 수녀는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잘 안 되는 부분을 묻고 함께 답을 찾았다. 문법 강의 외에는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하고 진도를 나가기에 개인지도 수업과 다름이 없다.
쉐어링 영어가 기획된 것은 2010년 경이다. 한 본당에서 이 수녀에게 예비자교리를 청했을 때, 영어 전공자로 수능을 지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 영어교실을 제안했다. 갈수록 주일학교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을 목격하며 청소년들이 교회를 접하는 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수녀는 “성적이 오른 아이들의 경우 자존감도 높아지고 대학 진학 후에는 청년 활동도 열심히 하는 사례를 봤다”며 “신자가 아니거나 외짝교우 부모님들도 영어 수업을 한다니 아이들이 성당에 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 비신자의 경우 세례까지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당에서 교육이 이뤄지니 환경적인 안정감 속에 집중도도 높아져 부모와 학생 모두의 만족도도 높다.
박수덕(알렉산델) 본당 총회장은 “청소년들을 위한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이를 통해 아이들은 물론 부모와 본당 공동체가 하느님 안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쉐어링 영어 홈페이지를 준비 중인 이 수녀는 “본당에서 적극 응원해 주셔서 수업이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면서 “쉐어링 영어가 성당으로 청소년들의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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