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을 건축할 때에는 전례 거행과 공간이라는 의미를 함께 중심에 놓는다. 외부 형태와 공간을 기준으로 하는 건물의 의미와 더불어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과 나눈 마지막 만찬을 재현하는 미사 전례가 거행되는 특징을 갖기 때문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헌장」을 통해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10항)으로 전례의 중요성을 밝힌다. 아울러 이런 배경에서 전례 교육과 전례에의 능동적 참여의 촉진을 요구한다.(14-20항)
그런 만큼 전례 거행의 장소인 성당 건축에도 「전례헌장」의 정신이 드러나야 함이 마땅하다. “성당이나 이러한 장소는 거룩한 예식을 거행하고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데에 알맞아야 한다. 거룩한 건물이나 하느님 예배와 관련된 물건은 참으로 품위 있고 아름다워야 하며 천상 실재에 대한 표지와 상징이 되어야 한다”는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88항 내용은 그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광교산 동쪽 자락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태봉로 27번길 8에 자리한 제1대리구 신봉동성당(주임 조원식 신부)은 교회 내 건축 전문가들로부터 ‘능동적 전례 참여’라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이 잘 적용된 사례로 제시된다.
성당에 들어서자 로비 왼편에 있는 성당 문은 열린 상태였다. 신자들의 좌석은 8열 반타원형으로 배치돼 있었다. 고딕이나 로마네스크 형식 성당에서는 제단과 신자석이 분리될 수밖에 없다. 반면 타원형이나 마름모꼴 모양 성당 구조는 신자들을 제대에 집중시키며 능동적 전례 참여가 가능하도록 한다.
어느 곳에서든 시선이 모아지는 제대. 높이도 회중석과 비슷하고 거리도 3~4m 정도다. 신자들과 제대가 그만큼 가깝다는 뜻일 것이다. 목자와 양이 떨어지지 않고, 목자가 팔을 펼쳐 안아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오후의 햇살을 머금은 제대 뒤편 9m×6m 크기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화려한 듯 보이지만 겉돌지 않고 제대 중심의 분위기에 스며드는 느낌이다.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이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의 화가’로 불리는 김인중 신부(프랑스 도미니코 수도회) 작품이다. 제대 좌우 각각 1m×6m 6개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열두 사도,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 그 모두가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는 의미를 드러낸다. 도자 회화의 14처 원형 십자가의 길은 동양적인 느낌도 자아낸다. 모두 김 신부 작품이다.
2008년 신설된 본당은 성당 신축을 준비하며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김인중 신부 작품을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 신부는 성당 건축 시작부터 설계와 작품 구상을 함께했다. 설계는 프랑스 건축가이자 신학자 베르나르 게일러의 밑그림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전례 공간에 녹아든 예술 작품의 전형으로도 주목된다. 건축학 박사 김진태 신부(제2대리구 도촌동본당 주임)는 “전례가 거행되는 성당의 성미술품 역시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하도록 협력한다는 의미가 깃들어져야 한다”며 “신봉동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예술이 전례에 기여하며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건축면적 2210.07㎡, 연면적 6503.44㎡,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성당은 마치 성체를 보는 듯한 둥근 형상 외관으로도 눈길을 끈다.
※문의 031-261-7133 신봉동성당 사무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1-08-01 [제3256호, 2면]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