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면서도 깊은 대화로 ‘찐가족 케미’ 선사
각자 맡은 역할에 맞춰 가족 간 식사와 복음 나누기
출연부터 촬영·편집까지 사제들 협업으로 모두 소화
1부 ‘와서 아침을 먹어라’ 장면 촬영을 준비 중인 사제들. 사인가족은 출연을 비롯한 촬영 편집 등 전 과정이 사제들의 협업으로 이뤄진다.
“재미와 감동이 한번에”, “유쾌하고 행복한 은총의 시간”, “깊고도 빵 터지는 나눔”, “보고 있으면 웃고 눈물 글썽하며 어느새 화살기도”, “주일이 더더욱 기다려지는 사순 시기”.
지난 2월 21일부터 유튜브 ‘천주교수원교구’ 채널에서 7부작으로 방송되고 있는 ‘사(제)인가족’(이하 사인가족)에 보내는 신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새로운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매 주일 오후 9시. 채널에는 시작부터 실시간 댓글이 줄을 잇는다. 교구민은 물론 타교구와 해외 교포 신자도 채널을 찾는다. 사인가족의 인기는 급속한 채널 구독자 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연차가 다른 신부(神父) 4명이 가상의 가족이 되어 함께 아침밥을 먹고 대화하며 일상의 삶을 통해 복음을 나누는 사인가족은 가정 소공동체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촬영 현장을 찾았다.
경기도 의왕시 원골로 66 성 라자로 마을 내 카페. 매주 수요일 오후 사인가족 촬영이 이뤄지는 장소다. 기자가 방문한 3월 17일에는 6회차 ‘기쁜 죽음’이 주제로 다뤄지는 날이었다.
오후 1시 무렵부터 감독을 맡은 이정철 신부(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주임)와 카메라 어시스트 및 메뉴 선정과 재료 준비를 담당하는 이재욱 신부(제1대리구 보라동본당 주임), 어머니 역할 조원기 신부(생명센터 원장)가 음식 만들기 장면을 준비하고 촬영했다. 조 신부는 이번 영상에서 음식을 만드는 차례다.
사인가족은 1부 ‘와서 아침을 먹어라’, 2부 ‘복음나누기’가 중요한 두 축이다. 그런 만큼 ‘음식’의 몫은 중요하다. 가족이 식탁에 앉아 나누는 ‘일상’에 대한 설정이면서 또 부활하신 예수님이 빵과 물고기로 식사를 준비하고 제자들과 아침을 함께한 장면(요한 21,12)을 시사한다.
음식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최재철 신부(제2대리구 성남동본당 주임)와 김태현 신부(제1대리구 보정본당 보좌), 임현택 신부(제2대리구 중앙본당 제1보좌) 등 출연 사제들이 속속 도착하자 현장은 활기를 띠었다.
사제들은 함께 장소 세팅 작업 등을 하며 본 촬영을 준비했다. 작업이 끝나면 철수하는 것도 같이한다. 일명 ‘자급자족’ 형태다. 출연을 비롯한 촬영 편집 등 전 과정이 사제들의 협업으로 이뤄지는 공간. 신자들을 위해 각자가 지닌 역량을 내놓고 하나로 모으는 이 자리는 사인가족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미다.
본 촬영은 1부 ‘와서 아침을 들라’ 코너부터 시작됐다. 만든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던져진 ‘Warm up Question’, 즉 몸풀기 퀴즈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죽음에 대한 내용으로 준비됐다. ‘내가 경험한 죽음’ 등 각자가 겪은 죽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 코너는 출연 사제들이 해당 주일 복음을 나누기에 앞서 평소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내용을 다시금 되뇌는 시간이다. 딸 역할의 임현택 신부는 “촬영 한 주 전 질문을 먼저 보내주시는데, 생활 안에서 많이 떠올리기는 해도 심각하게 짚어보지 않았던 문제들을 깊게 생각해 보고 그 안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2부 복음나누기는 당일 음식을 만든 사제가 복음을 읽은 후 나눔을 펼치는 형식이다. 6회는 복음이 수난 복음이어서 좀 더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통 촬영은 저녁 시간 정도에 마무리되는데, 이날은 생동감 있는 수난 복음 장면을 위해 각자 역할을 정하고 촬영하다보니 오후 9시경이 돼서야 끝났다. 아버지 역의 최재철 신부는 “평소 동기 신부들이나 실제 가족에게도 하지 못했던 복음 이야기를 후배 신부들과 편하게 나누는 기회”라며 “사제들이 복음 말씀을 나누는 자체가 참 좋고, 그러다 보니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사인가족은 포맷과 내용뿐만 아니라 편집도 눈에 띈다. ‘드라마를 보는 듯 자연스럽고 완성도 높은 세련된 영상’이라는 평이 나온다. 그 부분에서는 촬영에서부터 편집까지 진행하는 이정철 신부 몫이 크다.
별도의 대본이 없기에 현장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 신부는 촬영 내용을 반복해 돌려보며 주제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몇 번의 편집을 거친다. 영상 업로드 당일 새벽까지 이런 작업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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