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봉사자로 구성된 사별 가족 돌봄 모임…미술·힐링 여행 등으로 치유 보탬
가족의 죽음이라는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가까웠던 만큼 큰 아픔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아픔은 단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치유되지는 않는다. 이 아픔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치유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이런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원교구 노인대학연합회(회장 이정숙 스텔라, 영성지도 허규진 메르쿠리오 신부) 사별가족돌봄모임 ‘치유의 샘’ 봉사자들이다.
‘치유의 샘’은 사별가족들이 미술·메모리·그림책 테라피, 힐링여행 등을 통해 사별로 경험한 슬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3월 27일 첫 모임으로 시작된 ‘치유의 샘’은 8주간에 걸쳐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음의 아픔에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준비에 많은 신경을 썼다. 특히 허규진 신부를 비롯한 봉사자들은 치유의 샘 봉사를 위해 적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죽음과 사별에 관해 공부한 이들이다. 봉사자 모두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운영하는 사별가족 돌봄 전문가 교육과정인 ‘모현 상실수업’을 이수했다. 허 신부와 봉사자들은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의 도움을 바탕으로 3개월가량 매주 모여 8주간의 ‘치유의 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웰다잉 전문 강사로도 활동 중인 손희정(마리아·55·제1대리구 신봉동본당) 씨는 “웰다잉에 관해 공부했지만, 상실로 고통받는 분들을 직접 만난 적이 없어 조심스러웠다”면서 “서로 보듬어주면서 치유해 나가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고 밝혔다.
‘치유의 샘’은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사별로 마음의 아픔을 가진 이들이 찾을 곳이 부족한 사회 안에서 교회가 그 고통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봉사자도 천주교 신자만으로 구성되지 않았다. 교구의 ‘치유의 샘’ 운영에 공감하는 개신교 신자도 참여하고 있다.
개신교 신자로 ‘치유의 샘’ 봉사에 함께하는 최승주(47) 씨는 “사별가족을 돌보는 활동은 그리스도의 섬김과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치유의 샘’이 누구에게나 열린 모습은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은 듯하다”고 말했다.
허규진 신부는 “사별을 혼자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혼자 껴안고 그걸 표현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아 사별가족 분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길 바라며 교구 차원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치유의 샘’을 소개하고 “다른 고통도 마찬가지지만, 사별의 아픔 앞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 곁에 함께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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