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하 시인은 성바오로 수도회의 살림을 맡아 하고 있는 수사이면서 이 땅의 소중한 수도자 시인이다. 수도생활만 본다면 매일 드리는 기도와 다를 바 없는 경건한 시를 쓰리라 예상되지만 천만에, 그렇지 않다. 잘못된 사회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자연의 조화와 변화에 대한 경이감,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 생명을 가진 것들에 대한 외경심, 세상사와 세상 사람들에 대한 관심……. 그런데 되풀이해 읽어보면 역시 인간의 역사(歷史)와 신의 역사(役事)가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시인의 신앙심이 전해주는 뜨거운 울림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