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11주년 기념 미사
(2024년 3월 6일(수) 18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 대성당)
지금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교황 선출 11주년을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교황님을 중심으로 온 교회가 더욱 일치를 이루고, 교황님께서 당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잘 수행하시도록 기도하기 위함입니다. 이 미사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우리 교회의 최고 목자로 보내주신 하느님 사랑에 감사드리고, 하느님께서 교황님의 사도적 여정에 위로와 용기를 주시도록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교황님께서 세상과 교회에 선포하시는 가르침을 되새기며, 그분의 사도 직무에 동참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방금 들은 복음은,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예수님의 질문에 대한 베드로의 대답에 주목해 봅시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아주 먼 옛날에 살았던 예언자가 아니라, 오늘 내 삶의 기쁨과 고난을 함께 나누시며 죄 외에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심을 그리고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지금 여기 살아’ 나의 삶에 동행하시는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교회의 반석으로 삼으시고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셨습니다. 베드로가 고백한 믿음 위에 세워진 우리 교회는 그리스도가 살아 계시는 자리이고,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세상에 전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공동체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특별히 교황님께서는 교회가 언제나 항상 누구에게나 문을 활짝 열고 있는 아버지의 집이 되어야 하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가난한 이들, 병든 이들, 이민자들을 안아 주시고 축복해 주시며,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주십니다. 또한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시며, 인류가 정의로운 평화의 길로 나아가길 끊임없이 호소하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이러한 모습들은 오늘 제1독서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나자렛 회당에서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은 당신께서 공생활 내내 받들어 실천해야 할 사명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교회의 반석으로 삼으신 베드로 사도의 265번째 후계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사야가 외친 구원의 기쁜 소식이 온 세상에 전파되도록 당신 사명에 헌신하고 계십니다. “슬퍼하는 이들에게 재 대신 화관을, 슬픔 대신 기쁨의 기름을” 주려고 애쓰시며 우리 가운데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증언하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복음의 기쁨이 가득할 날은 요원하게만 느껴집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슬픔은 계속되고, 민족 간의 갈등은 여전하며, 전 세계 난민 수는 1억명을 넘어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등 세계 곳곳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 다툼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오늘의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희망의 ‘꿈’을 꾸자고 천명하고 계십니다. 꿈을 꾼다는 것은 미래를 향해 희망의 문을 열어 미래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그래서 담대하게 꿈을 꾸어보자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교황님께서는 또한 꿈은 함께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하시며 「모든 형제들」, 8항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모든 이가 형제자매로서 우리 함께 꿈꿉시다!”
우리는 어떤 본당, 어떤 교구, 어떤 교회를 함께 꿈꾸며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까? 우리 교황님은 소위 몇몇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배타적인 곳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자기 안위만을 신경 쓰는 폐쇄적인 교회가 아니라, 거리로 나아가 땀흘리고 헌신하며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는 야전병원과 같은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운 생명을 지켜나가는 돌봄의 교회,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들을 치유하기 위해 그리스도의 화해 메시지를 힘차게 증언하는 교회가 되자고 호소하십니다. 또한 남북한이 과거의 상처를 용서하며 진정한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 일에 우리 교회가 마중물 역할을 하자고 요청하십니다. 이렇게 교황님께서는 참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투신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만들 것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그런 교회를 꿈꾸며 힘주어 고백하십니다.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Christus vivit)!”
교황 선출 11주년을 맞이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영육간 건강하게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수행하실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주님, 베드로를 반석으로 삼아 당신 교회를 세우셨으니, 저희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지혜와 건강을 주시어, 교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희망의 등대가 되게 하소서.
한국천주교회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24년 3월 6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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