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당일, 정전 70주년 맞아 주교단 20여 명 JSA성당 방문...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간절한 기도 바쳐
“분단의 깊은 상처를 낫게 하시고, 서로 용서하는 화해의 은총을 내려주소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기원하는 한국 주교단의 기도가 최북단 성당인 경기 파주시 공동경비구역 내 군종교구 JSA성당에서 울려 퍼졌다. 정전 70주년이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달을 맞아 현충일 당일인 6일 JSA성당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간절한 기도’를 한마음으로 바쳤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를 비롯해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주교 등 현직 주교와 최창무 대주교, 이병호 주교, 김지석 주교 등 원로 주교까지 주교단 20여 명이 이날 JSA 지역을 함께 찾았다.
한반도 정세가 평화와 화해보다는 로켓 발사와 대립으로 다시금 얼어붙는 국면에서 어느 때보다 기도가 절실한 가운데, 주교단이 개성과 불과 4㎞ 거리에 있는 JSA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친 것이다. 특히 JSA성당 입구에는 이탈리아 아시시의 포르치운쿨라(Porziuncula) 경당 벽화가 그대로 복제돼 있다. 포르치운쿨라는 평화의 사도라 불리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형제들과 함께 공동체를 시작한 곳으로, JSA성당 역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며 2019년 건립된 상징적인 곳이다. 주교들은 이날 안영만(대건 안드레아) 12여단장, 이현행(그레고리오) JSA경비대대장, 서진하 제1보병사단장 등 군 관계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를 바치고, 성체조배에 임했다. 또 성당 인근에 자리한 안보견학관과 평화박물관을 방문해 남북이 처한 분단의 비극을 되새겼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한국 교회는 주교회의 차원에서도 평화 통일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신자들이 더 열심히 기도하면서 남북의 하나 됨을 위해 전진해 나가면 좋겠다”면서 “암울한 상황이지만, 신앙 안에서 힘을 모아 기도하면 주님께서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녘이 고향인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도 “정전 7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나 갈등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것 같다”며 “이곳에서 마음을 모은 주교들의 간절한 기도가 꽃피게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안에서부터 갈등과 적대감을 없애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퍼져 나갔으면 한다”며 “교회 구성원 모두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주교는 “현재 남북 관계는 인간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한반도에 사는 한 국민으로서, 전쟁의 위험이 고조되는 이 시기 평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허리를 감싸고 있는 철조망에서부터 왕래하고 교류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고 거듭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