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는 2023년 주교 현장 체험의 첫 일정을 5월 16일(화) 강원도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가졌다.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체험에는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장), 정순택 대주교(서울대교구장), 권혁주 주교(안동교구장), 조규만 주교(원주교구장), 김주영 주교(춘천교구장), 이성효 주교(수원교구 보좌주교),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보좌주교)가 참여했고, 각 지역 신자와 삼척 시민 활동가 40 여명이 동참하였다.
현장 방문에 앞서 주교단은 원주교구 성내동 성당에서 삼척 탈핵 운동과 탈석탄 발전 운동의 경과, 현황에 대한 주제로 성원기 교수(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 공동대표)의 발표를 들었다. 입지 선정 시 도심 밀집 지역을 피해 온 이전 화력발전소와 달리 5km 이내에 삼척 시내가 포함되어 주민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삼척 석탄화력발전소가 완공되면 설계수명 연한인 2054년까지 3억 6천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된다는 발표를 들었다.
▲ 주교단이 원주교구 성내동 성당에서 성원기 교수가 설명하는 삼척 탈핵 운동과 탈석탄 발전 운동 경과, 현황을 듣고 있다.
▲ 삼척석탄화력발전소 현황 설명을 들은 뒤 질의 응답 시간에 권혁주 주교가 질문하고 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주교단은 삼척석탄화력발전소 현장 방문(코스: 삼척시청 → 한재 → 맹방 항만공사 현장) 순례를 시작하였다.
첫 방문지는, 삼척시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삼척시청이었는데, 시청 정면에서 보이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굴뚝과 시멘트공장 시설에서 내뿜는 매연과 오염물질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강릉안인화력발전소 가동과 더불어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면 동해안 지역의 대기 중 오염물질이 증가해 매년 1천명 이상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는 예측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 주교 현장 체험을 삼척시청에서 시작하며, 시멘트공장 시설에서 내뿜은 매연과 오염물질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 삼척시청에서 보이는 시멘트 공장과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굴뚝
이어 주교단은, 발전소에서 쓸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맹방해변에 항만을 짓고 있는 공사 현장을 조망할 수 있는 한재에 도착하였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가 폐광산 부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건설로 인한 환경 피해가 줄어든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항만공사 과정에서 삼척의 맹방해변이 파괴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 한재에서 내려다본 맹방해변에 건설 중인 삼척석탄화력발전소 항만의 모습
▲ 주변 양식장을 비롯한 생태계 파괴, 해변 침식, 태풍 영향 시 항만 파괴 위험 등이 제기되고 있는 항만 공사 현장
마지막 현장 방문지는 항만공사가 한창인 맹방해변이었다. 공사 이후 해안침식이 급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하여 한때 명사십리라 불리던 맹방해변에는 모래가 쓸려나가 만들어진 모래 절벽과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세워둔 모래 포대만 가득했다.
▲ 삼척석탄화력발전소 항만을 건설 중인 강원 삼척시 맹방해변에서 설명을 듣는 주교들.
▲ 삼척석탄화력발전소 항만을 건설 중인 강원도 삼척시 맹방해변.
주교단은 삼척핵발전소 백지화기념탑을 방문하였다. 삼척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핵발전소 건설을 백지화시킨 역사가 있는 지역이다. 박현동 아빠스는 “연대의 힘으로 탈핵의 역사를 이루었던 것처럼, 탈석탄의 역사도 그렇게 써질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 순례를 마친 뒤, 원전백지화기념탑 앞에 선 주교단과 참가자들
현장 체험을 마무리하며 주교들은 함께 소감을 나누며 운동을 격려하였다.
정순택 대주교는 “환경 훼손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느낀 기회였다.”면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생할 길을 찾아나가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라며 “다 같이 긴 안목을 갖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권혁주 주교는 “매번 생태환경위원회 주교 현장 체험을 다니고 있는데, 각 지역을 지키기 위해 애쓴 사제, 교우들께 감사하다.”며 “승리는 곧 오리라 생각되며 큰 힘이 되도록 기도하겠다.”고 하였다.
조규만 주교는 “핵발전소도 백지화 시킨것처럼 석탄발전소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며 "환경파괴를 넘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등의 더 큰 이슈로 이 운동을 확장 전개하는 데 함께 하겠다.”고 하였다.
김주영 주교는 “이 지역을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잘 지켜내셨으니 이번에도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며 “교구에서 ‘찬미받으소서 학교’를 하면서 에너지 절약 습관을 갖자고 했는데 저도 검소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배움을 가지고 돌아갑니다.”라고 말했다.
유경촌 주교는 “직접 와서 보니 훨씬 실감이 나고 핵발전소 반대 운동보다 어쩌면 더 힘들 것 같다.”라며 "하느님께서 힘을 주시리라 믿고 기도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박현동 아빠스는 “긴 투쟁을 하시고 계시는데 지칠 때가 있을 테지만 오늘 주교님들이 다 사정을 알고 가시는 것도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오늘 이 시간이 또 하나의 전환점과 분수령이 되어 일들이 잘 마무리되면 좋겠다.”라며 함께 기도로 순례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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