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다녀간 맹방해변, 고작 30년 화력 발전 위해 초토화
한국 주교단이 16일 강원 삼척을 방문해 국내 최대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로 인한 자연훼손 실태를 확인했다. 주교들은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받을 위기에 놓인 삼척 시민들의 고충을 경청하면서, 한국 교회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안에서 지구와 생태적 약자들의 부르짖음에 더욱 응답할 것을 거듭 다짐했다.
포스코 자회사 삼척블루파워는 맹방해변 인근에 있는 석회석 폐광 용지에 2018년부터 1.05기가와트(GW)급 발전소 2기를 짓고 있다. 각각 올해 10월과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한다. 맹방해변은 이미 화물선에서 내린 석탄을 발전소로 실어나를 항만이 지어지며 환경이 훼손되고 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주교 현장 체험에는 위원장 박현동(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아빠스와 정순택(서울대교구장) 대주교·권혁주(안동교구장)·조규만(주교회의 부의장 겸 원주교구장)·김주영(춘천교구장)·이성효(수원교구 총대리)·유경촌(서울대교구 보좌) 주교가 참여했다. 삼척 시민들과 맹방해변을 찾은 주교들은 “여기가 ‘명사십리(곧고 부드러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로 불리던 곳이 맞느냐”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석탄을 실어나를 컨베이어벨트 설치로 해안 침식이 발생해 모래사장이 현저히 줄어든 탓이다.
어지럽게 널린 항만 공사 장비도 경관을 망치고 있었다. 해변에서 툭 튀어나온 부두에는 12층짜리 아파트 1개 동 크기의 구조물인 케이슨과 굴착기가 설치돼 있었고, 바다 위에는 크레인선이 떠 있었다. 해변에 버려진 거대한 오탁수 방지망 틈엔 수많은 어린 홍합이 폐사해 있었다. 방파제 건설을 위해 석회석을 들이붓는 바람에 비단 조개 서식지가 파괴되는 등 해변 생태계는 초토화된 상태였다.
그렇지 않아도 주교들은 앞서 이날 원주교구 성내동성당에서 발전소 건설 현황과 이에 따른 우려를 전해 들은 차였다. 성원기(토마스 모어, 강원대 명예교수)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는 “이미 삼척 시내는 반경 5㎞ 안에 시멘트 공장과 1.2GW급 화력발전소가 있어 발암물질에 노출돼 있다”고 걱정했다.
성 대표는 “그런데 2GW급 발전소를 또 지어 하루 1만 8000톤의 석탄을 태운다는 것은 6만 삼척시민에게 더 이상 여기서 살지 말라고 하는 셈”이라며 “반드시 발전소 가동을 막아낼 것”이라고 교회의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다. 아울러 “‘전 국민 태양광발전소 1평 설치 운동’을 벌이자”고도 제안했다.
발전소가 완공되면 설계 수명 연한인 2054년까지 3억 600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해안 지역 오염물질이 증가해 매년 1000명 이상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마저 나온다. 주교들은 삼척시청과 ‘원전백지화기념탑’도 방문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아름답던 맹방해변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렇게 망가질 수 있는지 새삼 충격적일뿐더러, 고작 30년간 운영할 발전소 때문에 이렇게 자연이 망가져야 하느냐”면서 “신자와 국민 모두 환경보호를 위해 각자 실천해나가자”고 거듭 당부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자연 파괴는 삼척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지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한다”면서 “교구는 시노드의 연장으로 사목평의회를 구성했고, 올해 열릴 두 번째 모임에서 환경보전을 위한 실천 성공 사례를 나누며 본당 차원에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어떻게 살아갈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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