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아픔, 주님 수난 되새기며 씻어내리다
제주 4·3 사건 75주년 기억하며 주님 부활의 평화 기원
제주교구가 강정천에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4·3평화공원에서 주님 수난 성금요일을 맞아 십자가의 길을 거행하는 등 제주의 아픔을 기억하는 길 위에서 주님 수난을 되새겼다.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4월 6일 강정천에서 교구 사제들과 강정 주민 30여 명이 참례한 가운데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주례했다.
이날 미사 중 발씻김 예식에는 강정천 물을 사용했다. 문 주교는 예식 중 강정천에 들어가 강정천의 물로 강정마을 주민 3명의 발을 씻겼다. 해마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강정에서 봉헌하고 있는 문 주교는 지난 2019년에도 강정천에서 발씻김 예식을 주례했다.
4월 7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는 4·3평화공원에서 제주 4·3 사건 75주년을 기억하는 십자가의 길이 거행됐다.
제주교구 청소년사목위원회(위원장 이승협 다니엘 신부)는 문화예술공동체 ‘이솔라 디 빠체’와 함께 십자가를 통한 구원 여정에 75년 전 제주 4·3 사건 희생자의 고통과 75년을 보낸 남은 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이번 십자가의 길을 마련했다.
문 주교가 주례한 이날 십자가의 길 중에는 참가자들이 춤과 노래, 연극을 더해 ‘화해와 상생으로 가는 희망의 열쇠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의미를 표현했다. 십자가의 길에는 제주가톨릭대학생연합회, 제주대 극예술연구회 등 제주지역의 젊은이들과 제주극장 사회적협동조합, 작곡가 박시연, 재즈싱어 수안, 무용수 최재원 등 문화예술인 등이 참여했다.
제주교구는 2008년부터 해마다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을 각 시기에 필요한 사회적 주제와 연결해 바치고 있다.
문 주교는 성목요일 미사 강론을 통해 “2007년부터 계속돼온 강정 해군기지와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주의 자연을 짓밟고 제주민의 생존 균형점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제주 4·3 사건은 75주년을 맞았지만, 제주 4·3의 어두운 현실이 끝나지 않고 또 다른 모습으로 둔갑해 재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다 더 함께 씻어주고 받아주고 위로하면서 주님 부활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이 시간을 보내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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