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8월 ‘상호 이해와 연대’ 증진을 목표로 출범한 바티칸 축구교실을 후원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한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오른쪽)와 잔루이지 부폰. CNS 자료 사진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이끈 아르헨티나의 영웅 리오넬 메시가 5년 전의 성지 순례 약속을 과연 지킬지 관심이 쏠린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출전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면 내가 사는 아로요 세코에서 산 니콜라스대성당까지 걸어서 순례하겠다”고 공언했다. 산 니콜라스는 1983년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도시다. 관할 교구장은 2016년 교령을 통해 성모 발현을 공인했다.
이 약속은 러시아 월드컵 현장에서 아르헨티나 스포츠 담당 기자의 즉석 제안으로 이뤄졌다. 마르틴 아레발로 기자가 인터뷰 도중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루얀이나 산 니콜라스를 걸어서 순례하겠느냐”고 의향을 물었다. 일종의 ‘우승 챌린지’를 제안한 것이다. 그러자 메시는 “우승하면 내가 사는 아로요 세코에서 산 니콜라스대성당까지 걸어서 가겠다. 그곳에 가서 소원 성취 표시로 당신과 악수하겠다”고 말했다.
산타페 주 로사리오에 있는 아로요 세코는 메시의 고향이다. 그는 유럽 대회 시즌이 끝나면 아르헨티나로 돌아가 고향에서 휴식을 취한다. 아로요 세코에서 산 니콜라스대성까지의 거리는 38㎞. ‘무쇠 다리’를 가진 그가 마음만 먹으면 아침 일찍 출발해 해 질 녘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기자가 제안한 또 다른 도시 루얀(Lujn)에는 아르헨티나의 수호성인인 류얀의 성모를 기념하는 성당이 있다. 이 때문에 류얀은 도보 순례 행렬이 끊이지 않는 아르헨티나 성모 신심의 중심지가 됐다. 메시의 고향에서 류얀은 230㎞ 떨어져 있다. 부지런히 걸어도 일주일 이상 걸린다. 메시는 기자의 돌발 제안을 받고 ‘빛의 속도’로 거리를 가늠해본 뒤 상대적으로 가까운 산 니콜라스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도중 우승 챌린지 얘기가 나온 이유는 당시 메시가 누구보다 월드컵 우승을 바랐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선수에게 주는 상이란 상은 다 받아본 메시지만 월드컵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4년마다 빠지지 않고 본선 무대에 출전했지만, 매번 불운과 실력 차에 고배를 마셨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독일과 연장전 끝에 1-0으로 패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겨우 16강에 들었다. 메시로서는 ‘4전 5기’ 도전이자 마지막 출전이 될지도 모르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소원을 성취했기에 감격이 더할 수밖에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인 메시는 자신의 가톨릭 신앙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월드컵 우승 후 Tyc 스포츠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하느님께서 내게 이 선물을 주실 줄 알았다.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며 하느님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가톨릭평화신문 2023.01.01 발행 [16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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