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5일 바레인 아왈리의 예수성심학교에서 젊은이들과 만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3~6일 바레인을 사목방문해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특히 교황은 모든 종교 지도자들이 인류의 일치와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헌신할 것을 권고했다.
교황의 해외 사목방문은 이번이 39번째로, 사목방문의 주제는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 이들에게 평화!’(Peace on earth to people of goodwill!, 루카 2,14 참조)다.
이번 사목방문의 목적 중 하나는 바레인 포럼 참석이다. 바레인 포럼은 3일과 4일 이틀 동안 인류의 공존을 위한 동서방의 대화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이 후원했다.
사목방문의 또 한 가지 목적은 소수인 현지 교회 공동체를 격려하고 이들이 평화를 위한 봉사자가 되도록 고무하기 위한 것이다. 바레인 180만 명의 인구 중 가톨릭 신자는 8만 명 내외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동남아와 필리핀, 중동지역 국가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6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 예수성심성당에서 바레인의 주교, 사제, 수도자, 신학생, 신자들과 함께하는 기도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CNS
■ 종교, 평화와 소외된 이 위해 노력해야
교황은 4일 오전 포럼 연설을 통해 창조주에 대한 사랑은 소외된 이들, 즉 가난한 이들, 태아, 노인, 병자, 이주민들을 돌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믿는 이들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 편에 서지 않는다면 다른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교황은 “오늘날 세상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갈등과 분쟁을 계속하고 인류와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거나, 공동선을 위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기 위한 노력을 하느냐는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오늘날 세계가 빈곤과 환경 문제, 감염병의 고통, 불평등 등의 고난에 맞서기 위해 힘을 모으는 한편, 몇몇 정치인들이 자기 이익을 목표로 파괴적인 싸움을 하는 것은 충격적인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인류가 분열된 상태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바레인 포럼에는 전 세계 종교 지도자 10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슬람에서는 이집트 최고 종교기관 알아즈하르의 대(大)이맘이자 이슬람 수니파 최고 권위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알타예브, 아부다비에 본부가 있는 무슬림장로회의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교황은 전날인 3일 오전 로마를 출발해 오후 늦게 바레인 남부 아왈리에 도착했다.
같은 날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국왕을 만난 교황은 이어 바레인 정부 관계자와 시민사회 대표단 및 외교사절단을 만나 첫 연설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5일 바레인 아왈리 바레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야외미사를 주례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CNS
■ 모든 이를 사랑하는 법 배워야
교황은 사목방문 사흘째인 5일 아왈리 바레인 국립경기장에서 야외미사를 주례하고 ‘예수성심학교’에서 젊은이들과 만났다. 순방 마지막 날인 6일에는 수도 마나마를 방문, 마나마 예수성심성당에서 주교, 사제, 수도자, 신학생, 신자들과 함께하는 기도회에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레인 국립경기장에서 주례한 야외미사에는 3만여 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참례했다. 대부분 이슬람 국가인 걸프만 지역에서 3만여 명의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한 것은 지난 2019년 아랍에미리트에서 10만 명 이상이 모인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은 남아시아와 필리핀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다.
이를 반영하듯 교황은 강론에서 “바로 이곳은 다양성 속 공존의 생생한 모범”이라며 “이는 곧 사상과 관습, 전통의 다양성과 수많은 이주민들이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지구촌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가 참되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형제애 넘치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들, 심지어 우리 적까지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들이 형제애가 가득한 세상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용감하게 보편적 형제애를 자기부터 실천하기를 원하신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과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이 11월 6일 아왈리 공항에서 열린 환송행사 중 인사를 나누고 있다.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