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천주교 주교회의들의 자발적 협의체인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약칭 FABC)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총회가 2022년 10월 12일(수)부터 30일(일)까지 태국 방콕대교구 반 푸 완(Baan Phu Waan) 사목센터에서 29개국의 주교 150여 명, 교황청 등의 초청 인사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이번 총회는 1970년 FABC 설립 이후 반세기의 성과를 돌아보고, 아시아 대륙과 교회의 현실을 인식하며, 세계화 시대에 아시아 교회의 역할을 찾아보고자 한다. 주제는 “아시아 민족들의 공동 여정: ‘그들은 다른 길로 돌아갔다’”(마태 2,12)이다.
▲FABC 50주년 총회 개회 선언식에서, 태국 교황대사를 지낸 장인남 바오로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복 메시지를 대독하고 있다. 2022.8.22.
12일 저녁 개막 미사는 반 푸 완 사목센터에서 FABC 의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미얀마 양곤대교구장)이, 30일 오전 폐막 미사는 방콕 성모 승천 주교좌성당에서 교황청 복음화부(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 부서 담당) 장관 직무대행* 루이스 안토니오 고킴 타글레 추기경(필리핀)이 주례한다. 주요 일정은 ▲미사와 공동 기도 ▲(아시아 교회가 직면한) ‘새로운 현실’ 토의 ▲아시아 본당 온라인 방문 등이며, 폐막일에는 FABC 50주년 총회 최종 문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은 교황이 직접 맡는다.
한국에서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부의장 조규만 주교(원주교구장), 서기 김종수 주교(대전교구장), 그리고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 FABC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정순택 대주교(서울대교구장), 정신철 주교(인천교구장), 손삼석 주교(부산교구장), 문창우 주교(제주교구장)가 참가한다. 한국 주교 8명은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10월 10-14일)를 마치고 17일(월)부터 합류할 예정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왼쪽)와 부의장 조규만 주교(왼쪽 두 번째)가 FABC 50주년 준비 동아시아 지역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7.14.
2년을 기다린 만남, 비대면 소통도 함께
FABC 50주년 총회는 2020년 5월에 개최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무기한 연기되었다가 2년 만에 성사되었다. 총회를 기다리는 동안 주교들은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지역별 모임을 가졌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크게 발달한 비대면 소통 수단은 이번 총회에서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고 교류하는 창구가 될 것이다.
주교들이 매일 바치는 아침기도에서는 회원국들의 고유 언어들로 기도하고 성가를 부르며, FABC 50주년 주제가 ‘아시아의 노래’를 여러 언어들로 공개할 예정이다. 16일(주일) 한국 시각 오후 1시에는 아시아 각국의 신자들이 화상회의로 참여하는 ‘아시아와 함께하는 토크쇼’가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이경석 안드레아 씨(서울대교구 포이동본당)가 참여한다. ‘아시아 본당 방문’은 아시아 각국의 14개 본당을 대상으로 총회 기간에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에서는 서울대교구 가회동본당(주임 윤종국 마르코 신부)이 선정되어, 23일(주일) 한국 시각 오후 1시부터 아시아 주교들과 본당 신자들의 만남이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아시아 교회 토착화의 여정, 김수환 추기경의 유산
FABC는 아시아 주교들의 연대와 협력을 위해 설립된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지역 주교회의들의 자발적 협의체다. 현재 한국 등 19개 지역 주교회의*를 정회원으로 두고 있다. 중앙사무국은 태국 방콕에 있으며, 사회위원회, 사회홍보위원회, 평신도위원회, 신학위원회, 교육위원회,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복음화위원회, 성직자위원회, 축성생활위원회를 두고 있다. 현 의장은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이다.
*국가별 교회 규모가 작은 국가들이 연합하여 주교회의를 설립하기도 한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 주교회의’를 예로 들 수 있다.
1962-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참석한 아시아 주교들이 상호 유대의 필요성에 공감한 뒤, 1970년 11월 23-29일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가톨릭 역사상 첫 아시아 방문(필리핀) 때 15개국 주교 대표 170명과 전문가 80명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시아 개발 연구’를 주제로 범아시아 주교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를 상설기구로 운영하자는 고 김수환 추기경(2009년 선종)의 제안이 채택되면서 기구가 설립되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도 회의에 참석하여, 아시아의 주교들이 교회의 토착화와 평화를 위해 연대할 것을 당부하였다.
아시아 11개 주교회의 의장들은 1971년 3월 18-21일 홍콩에서 회의를 갖고 영구적 협력기구 설립과 규약 작성을 위한 실행위원회(위원장 김수환 추기경)를 구성하였으며, 후속 회의와 수정을 거쳐 1972년 12월 6일 교황청으로부터 규약을 승인받았다. FABC는 1974년 4월 22-27일 타이완 타이페이를 시작으로, 4년 주기로 회원국들을 순회하며 정기총회를 가졌다. 우리나라도 2004년 8월 17-23일 대전교구에서 제8차 정기총회를 개최하였다.
▲김수환 추기경(의장단석 오른쪽 두번째)이 제3차 FABC 중앙위원회에서 주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출처 = FABC 중앙사무국 영상
▲FABC 제8차 정기총회에 참가한 아시아 주교단이 대전교구 탄방동성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드리고 있다. 2004.8.22.
*FABC 홈페이지와 뉴스 자료실 = https://www.fabc2020.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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