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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제26회 한국가톨릭학술상] 공로상- 윤민구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0-05 조회수 : 729

“순교자 자료 열심히 찾아다녔죠… 알아야 본받을 수 있으니까요”

103위 시성 당시 청원인 맡고
교회사 관련 저서 꾸준히 발간
수합 자료 다양한 언어로 번역




“그저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한 것뿐인데 상을 받는다니 고맙고 송구스럽습니다. 고마운 것은 부족한 노력을 귀하게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이고, 송구스러운 것은 사실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제26회 한국가톨릭학술상 공로상을 수상하게 된 윤민구 신부(도미니코·수원교구 원로사목)는 “신부가 된 후 신학교, 본당, 성지 등에서 일하면서 맡겨진 임무에 성실히 임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03위 시성 청원인을 하면서 교황청 시성성(현 시성부) 문서고를 부지런히 다니며 조사했습니다. 문서고에서 무수히 많은 다른 나라 성인들의 자료집과 전기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성인들의 자료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사목신학을 전공한 윤 신부는 대학 강단에 서면서 사목신학 관련 저서들도 출판해왔지만, 윤 신부가 펴낸 책 대부분은 한국교회사에 관한 책들이다. 이번 학술상 심사위원들도 ‘교회사의 기초 자료로 알려진 문헌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비판을 비롯해 교회사연구에 도움이 될 저서들을 간행한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103위 시성 당시 한국교회에는 103위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이에 시성 청원인이었던 윤 신부는 시성부 문서고를 다니며 자료를 수집했다. 본래라면 한국교회가 보내야할 자료들을 거꾸로 시성부에서 받아온 셈이었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가 한국교회에 3권의 책으로 소개됐다. 그때 다른 나라 성인 1위의 자료가 한국의 성인 103위의 자료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은 것을 알게 됐다.

103위 성인의 공식 명칭에 원래는 없었던 ‘성 정하상 바오로’가 들어간 것도 윤 신부의 공이었다. 시성부를 자주 드나들면서 친분을 쌓아온 덕에 시성부에 한국교회의 바람을 잘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료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역사는 사료가 있어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목을 하면서 덜 바쁜 시기에 틈을 내서 순교자들 관련된 자료를 찾아다녔습니다.”

윤 신부는 지난 2014년 시복된 124위 복자들의 초기 자료를 모으는 데도 크게 일조했다. 윤 신부는 수원교구에서 초기 순교자들의 시복에 대한 청원인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자료수집에 나섰다. 교황청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영국 등을 찾아 고문서고, 수도원, 박물관, 도서관을 섭렵했다.

본당·성지 등을 사목하는 중이었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한국 순교자들의 자료가 있을 법한 곳은 최대한 찾아다녔다. 대영박물관에서 윤유일(바오로) 복자가 한글로 쓴 주님의 기도를 발견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윤 신부는 “103위 성인 중에는 전기가 A4용지 한 장도 안 되는 분도 계시다”면서 “우리가 이분들을 본받으려면 어떤 삶을 사셨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료발굴과 교회사 연구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윤 신부의 노력은 자료수집에 그치지 않았다. 윤 신부는 이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그동안 익힌 어학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어, 라틴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다양한 언어권의 자료를 번역해나갔다. 또 철저한 사료비판과 분석을 바탕으로 기존에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기도 했다. 이번 「성 도리 신부와 병인박해」에서도 ‘베르뇌 주교가 조선을 무력으로 위협하기 위해 프랑스 함대를 요청했으며, 그 때문에 병인박해가 일어났다’는 기존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윤 신부는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쓰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교회사 연구에도 원칙이 지켜졌으면 좋겠다”면서 “교회사 전문이 아니면서도 원칙을 지키면서 연구하는 평신도들이 계신데 그런 분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어떤 연구도 혼자의 힘만으로 이뤄질 수 없듯이, 저의 연구 역시 선학들의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앞으로 후학들이 이어갈 학문 발전에 조그만 돌 하나 얹은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합니다.”


■ 윤민구 신부는…

윤 신부는 1975년 사제서품 후 이탈리아 로마에서 수학, 1983년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에서 사목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차장, 수원교구 대천동·수진동·이천·분당야탑동본당 주임, 손골성지 전담 등을 역임했다. 윤 신부는 사목 중에도 꾸준히 학술작업을 이어와 사목신학, 교회사 방면으로 20여 권의 저서와 역서, 자료집 등을 간행해 왔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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