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환경보호 실천에 동참하고, 교황에게 편지를 쓴 김영순씨는 “교황님께서 제 뜻을 헤아려주신 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 신자의 편지와 헌금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감동시켰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어려운 시기 교회를 위해,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또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이 글귀로 시작하는 편지의 작성자는 김영순(안젤라, 61, 수원교구 비산동본당)씨다. 지난 8월 27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추기경 서임식에 CPBC 가톨릭평화방송여행사가 꾸린 순례단 일원으로 참가했다. 김씨는 참가 신청 뒤 교황님을 생각하며 기도하다 작은 실천을 떠올렸다. ‘로마에 가기 전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도 지구 살리기에 동참해보자!’
김씨는 이내 다짐을 실천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던 길을 일부러 걸어 다니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거리에 버려진 페트병과 캔을 보이는 대로 수거했다. 그리고 김씨가 사는 안양시 일대 곳곳에 비치된 페트병 수거기에 차곡차곡 넣었다. 재활용품 하나당 돌아오는 금액은 10원. 아름다운 실천은 순례 가기 전까지 4개월간 지속됐다.
이따금 남편과 아들까지 동네 페트병 수거에 동원되기도 했다. 어떤 때엔 퇴근 후 식사도 거르고 ‘페트병 찾기’에만 홀로 4~5시간을 몰두한 날도 있었고, 수거기가 꽉 차 이곳저곳 기계를 찾아다니느라 동이 튼 날도 꽤 됐다. 김씨는 “교황님께서 지향하시는 지구 살리기의 뜻을 이번 순례에 앞서 잘 실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이윽고 서임식 참가를 위해 로마에 당도한 김씨는 그렇게 넉 달 동안 페트병과 캔을 수거한 뒤 모은 33만 원을 250유로로 환전해 편지와 함께 유흥식 추기경에게 전달하며 “교황님께 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33만 원은 그가 예수님 나이에 맞춘 상징이다. 편지에는 “적은 금액이지만, 교황님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썼다. 이외 나머지 금액도 유 추기경의 세례명과 같은 곳인 수원교구 성라자로마을에 이미 봉헌한 터였다. 이 같은 내용은 편지에 모두 담겼다.
이후 이탈리아에서의 순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유 추기경이 전화를 직접 다시 준 것이다. 유 추기경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매님께서 제게 주신 헌금과 편지를 서임식 후 교황님을 알현한 자리에서 드렸고, 그 취지를 들은 교황님께서 ‘무척 고맙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좋은 답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며 “저 또한 교황님의 자상한 모습을 다시금 마주해 기뻤다”고 밝혔다. 유 추기경이 잊지 않고 김씨의 노력을 전하는 다리 역할을 했고, 교황도 이에 화답하며 아름다운 실천이 빛을 본 것이다.
김씨는 “교황님의 어떠한 답변이나 선물을 바라고 한 일이 절대 아니다”며 “밤을 새우며 골목을 다녀도 무척 기쁘게 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인 추기경님이 탄생하는 영광스러운 서임식에 참가하게 된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를 바치는 중에 주님께서 제게 실천하라고 주신 작은 일이었을 뿐”이라며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위하는 일에 우리 국민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 전달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2.09.25발행[1679호]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