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꿀잠 이사장 조현철 신부, 김선태 주교, 이용훈 주교, 김주영 주교, 정평위 총무 상지종 신부가 꿀잠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꾸는 꿈. 그들의 꿈은 별다른 일 없는 하루를 보내고 늘 같은 아침을 맞이하는 것과 같은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일상이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차별이라는 그늘에 갇혀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4월 27일 2022년 주교 현장 체험의 첫 일정으로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을 찾았다.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주교 현장 체험에는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전주교구장) 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수원교구장) 주교, 민족화해위원장 김주영(춘천교구장) 주교가 참여했다. 또한,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상지종 신부와 수도자들도 함께했다.
주교단은 먼저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으로부터 꿀잠이 만들어진 배경과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김소연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싸우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를 바꾸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목소리를 내야 현실을 바꿀 수 있다”며 “노동자들이 싸우는 것은 우리 사회의 빛이자 소중한 일이고 존경받을 일이어서 그들을 응원하고 환대하는 마음, 힘을 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이 어우러져 이 집이 만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빈곤과 차별로 편히 잘 수 없는 이들이 많은데 모든 사람이 꿀잠 잘 수 있는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선태 주교는 “꿀잠이 초대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구현한 것 같다”며 “제2, 제3의 보금자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잡아주신 것 같다”며 “오늘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용훈 주교는 “교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여러 분야의 사목에 힘쓰고 있는데 주교 현장 체험을 통해 교회가 갈 방향을 다시 설계하고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며 “많이 보고, 배우고 많이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주영 주교는 “교회 안에서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진정으로 잘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봤다”며 “노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 교회가 가난한 이를 먼저 선택하고 함께하는 일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꿀잠 이사장 조현철(예수회) 신부는 “지금 저희가 힘든 때를 맞이했는데 조금 더 알리고 힘을 합치는 데 주교 현장 체험이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오늘 이 자리도 저희에게 큰 격려가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 사회활동가의 휴식을 위한 곳으로 2017년 8월 19일 처음 문을 열었다.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계와 노동자, 시민 등 3000여 명이 기금을 모았고 100일 동안 자원봉사자 1000여 명이 꿀잠을 짓는 일에 힘을 보냈다. 해마다 4000여 명의 노동자가 꿀잠을 이용하고 있다.
한편 꿀잠은 지역 재개발로 인해 이전 문제를 놓고 재개발조합, 서울시, 영등포구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롯해 개인 5000여 명과 시민단체 50여 곳 등은 올해 초 꿀잠의 존치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영등포구청에 제출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2.05.08 발행[16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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