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악플 급증… 처벌 강화와 함께 인터넷 윤리·생명 교육 적극 나서야
▲ 일러스트=문채현
최근 유명 배구 선수와 유튜버가 온라인상 악성 댓글(이하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관리 책임 강화 등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교회도 이런 죽음의 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근 몇 년간 악플은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유행을 따라 더 넓고 깊게 파고들었다. 과거에는 주로 연예인이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스포츠 선수, 유튜버와 일반인까지 악플에 노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자택에서 유명 구단 소속 배구선수 김인혁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유튜브 등에서 활동한 BJ 잼미도 지난달 말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20년 10월에는 자신의 고민을 대학생 익명의 커뮤니티에 올렸던 한 학생이 댓글을 보고 우울증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악플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발생 건수는 2015년 4337건에서 2020년 9140건으로 5년 사이 두 배가 됐다. 해당 혐의로 검거된 인원도 2015년 6430명에서 2020년 1만 3738명으로 2.13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익명이란 방패 뒤에 숨어 군중심리에 따라 악플을 달고 무차별 비난과 욕설까지 섞어 상대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사이버 불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고 플랫폼도 다양해지면서 악플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악플로 인한 사회적 폐해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행법으로는 사이버 불링(온라인상 괴롭힘과 따돌림)의 7가지 유형 중 정도가 심한 일부만 처벌이 가능하다”며 “사이버 불링 자체에 대한 정의가 되어있는 법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이버상의 익명성, 파급성, 상시성은 피해자에게 물리적 폭력보다 더한 심리적 불안과 고통을 초래한다”며 “표현의 자유가 칼이 되어 생명을 위협할 때, 그 자유를 멈춰 세우는 것 또한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발의한 악플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따라서 국회가 관련 법안 통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악플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는 “댓글 공격을 당해 정서적인 역량을 넘어설 정도라면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며 “이로 인해 사회적인 활동이라든지 직업적인 기능,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신속하게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밝혔다. 또 과도한 악플을 다는 사람은 일종의 병적인 증상으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회가 과도한 악성 댓글 문화를 바꾸기 위해 문화사목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톨릭교회는 2002년 「교회와 인터넷」, 「인터넷 윤리」라는 두 문헌을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 올바르게 행동하는 법, 사이버 공간에서 찾은 내용에 대하여 건전한 윤리기준에 따라 분별력 있는 판단을 내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등 새로운 미디어의 올바른 이용과 인터넷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교회 내 문화 운동 전문가인 서울대교구 김민수(상봉동본당 주임) 신부는 “교회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이웃사랑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타인의 생명에 대해 존중할 수 있는 자세,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 운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2.02.20 발행 [165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