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등 5대 종단 연대 종교환경회의 정부의 일방적 핵폐기물 처리 계획 비난 지역 주민들 의견 수렴되지 않았다 지적
▲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대표 양기석 신부를 비롯한 종교환경회의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종교환경회의 제공
가톨릭ㆍ개신교ㆍ불교ㆍ원불교ㆍ천도교 등 5대 종단 환경단체가 연대한 종교환경회의(상임대표 이미애)가 1월 24일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철회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12월 7일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어 12월 27일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진흥위원회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최종심의하고 의결했다. 이 계획에는 중간 저감시설이 마련되기 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원전 부지 안에 한시적으로 저장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를 두고 “최대 저장기한을 명시하지 않아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이 방사능의 위험에 무기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교환경회의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최근 정부 추진 정책은 지역주민과 시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채 강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산업부는 행정예고에 대한 보도자료 없이 진행한 것을 언론이 꼬집자 해명자료를 발표하는 등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설명을 정확히 하지 않고 있다”며 “해명자료에서도 주민들의 이야기보다는 원자력계ㆍ학계ㆍ한국수력원자력 등 핵산업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 위험성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목소리보다는 핵으로 이익을 챙기고 산업을 공고히 하는 이들의 의견수렴이 정말 정부나 산업부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의견수렴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종교환경회의는 또 “산업부는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부처 홈페이지에만 공고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아 실제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은 몰랐다”며 “이런 밀어붙이기식 태도는 국민의 안전보다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점점 좌초되고 있는 핵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겠다고 군불을 때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종교환경회의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핵발전의 위험성을 알리며 ‘핵 없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구성원은 천주교창조보전연대ㆍ기독교환경운동연대ㆍ불교환경연대ㆍ원불교환경연대ㆍ천도교한울연대다.
한편, 최근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을 녹색산업 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에 포함하면서 국내에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는 원자력 발전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그린 택소노미는 어떤 산업이 녹색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친환경 산업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앞서 EU가 2020년 6월 세계 최초로 그린 택소노미를 발표했을 때는 원자력 발전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월 공개한 그린 택소노미 초안에 원자력 발전에 대해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이 수립되고, 자금과 부지가 마련됐다면 친환경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이 같은 방향성을 유지해 지난 2일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을 그린 택소노미로 분류하는 규정안을 확정ㆍ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신규 원전이 녹색으로 분류되려면 2045년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고, 계획 및 조달된 자금이 있으며,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국가에 위치해야 한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