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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크리스마스 용어 금지’한 유럽연합에 “시대착오적 발상” 질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12-16 조회수 : 2142

유럽연합, 종교 차별 우려 이유로 크리스마스 대신 공휴일 사용 권장... 여론 반발 부딪혀 며칠 만에 철회 


▲ 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 기내 기자 간담회에서 수행 기자들이 선물한 파르테논 신전 모형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아테네(그리스)=CNS】


유럽연합(EU) 사무국이 최근 종교 차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크리스마스’ 대신 ‘공휴일(holiday)’이라는 단어를 쓸 것을 직원들에게 권장한 데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교황은 6일 키프로스ㆍ그리스 사목 순방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가진 수행기자 간담회에서 “일련의 이데올로기들이 유럽의 그리스도교 뿌리를 뽑아내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역사상 많은 독재자가 그런 짓을 했다. 나폴레옹을 떠올려보라. 나치와 공산 정권도 그랬다. 그건 일종의 물을 탄 세속주의인데, 여태껏 성공한 적이 없다.”

이 지침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며칠 만에 철회됐다. 교황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교회 안팎의 현안에 대한 질문에 진솔하게 대답했다. 기내 기자 간담회는 사전에 질문을 받아 답변을 준비해서 임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생생하고 솔직한 얘기들이 오간다. 아래는 간담회 내용 요약.



-교황님은 그리스정교회 아테네대교구장을 만나 교회 분열에 대해 용서를 청하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사과하는 거라고 하던데요.


“가톨릭도 교회 분열에 책임이 있음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한 겁니다. 사과한 게 또 있습니다. 과거에 일부 가톨릭 신자들이 그리스 독립에 반대했습니다.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신자들도 있지만 말입니다. 사실 하느님보다 형제에게 용서를 청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부끄러움과 굴욕감 때문이지요. 하지만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과해야 합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비롯해 수많은 사건이 벌어지고, 그 속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갑니다. 그런데 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하는 사람은 없습니까? 교회 분열은 성직자와 신자들의 분열, 즉 기능적 분열입니다. 교회 본질의 분열이 아닙니다.”



-아테네 연설 중에 유럽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하셨습니다. 부연 설명을 부탁합니다.

“민주주의는 ‘문명의 보물’입니다. 저는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의 두 가지 위기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포퓰리즘입니다. 나치 정권도 국민 대중에 영합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피의 독재’를 하지 않았습니까. 다른 하나는 경제와 문화를 둘러싼 패권 다툼입니다.”



-프랑스 파리대교구장의 사임 청원을 단 며칠 만에 수락하신 이유가 있나요.(교구 운영 방식과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파리대교구장 미셸 오프티 대주교가 11월 26일 낸 사임서를 교황은 6일 만에 수락함)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 그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대중매체와 풍문이 그를 비난했습니다. 교구장직 사임은 그의 실패이고, 비서와의 신체적 접촉은 가볍더라도 ‘간음하지 마라’는 6번째 계명을 어긴 겁니다. 육신의 죄보다 더 무거운 게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는 죄입니다. 교만과 증오 같은 것 말입니다. 저는 진실의 제단(altar)이 아니라 위선의 제단에서 사임을 수락했습니다.”



-러시아정교회의 키릴 대주교는 언제 만나실 건가요.


“핀란드에서 곧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모스크바로 날아가 격식 없이 형제(키릴 대주교)와 대화하고 싶기도 합니다. 우리 형제는 어머니가 한 분(어머니이신 교회)입니다. 형제끼리 마주 앉아 옥신각신하더라도 그건 아름다운 일 아닙니까? 우리는 만나야 합니다.”

간담회가 끝날 무렵, 교황청 공보실장이 파르테논 신전 모형을 교황에게 건넸다. “아테네까지 가서 바쁜 일정 때문에 그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도 못 본 걸 아쉬워하실 것 같다며 기자들이 준비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간밤에 멀리서나마 야경을 봤지만 신전에 손을 대보지는 못했다”면서 모형을 흔들어 보였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1.12.19 발행 [16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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