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가운데)와 한국 주교단이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희년 개막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한국 천주교회는 성 김대건 신부가 1846년 감옥에서 취조당했을 때 받은 질문을 오늘을 사는 우리 자신에게 던지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살아왔다. 2020년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에 시작한 희년을 2021년 11월 27일로 마무리하며 성 김대건 신부의 삶과 영성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던 1년을 돌아본다.
희년 선포와 기념 미사 이어져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수원교구장) 주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선포하며 “모든 신자가 순교 영성을 본받아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6)의 가치가 더욱 깊어지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 주교단은 2020년 11월 29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희년 개막 미사를 봉헌하며 성인의 삶과 신앙을 본받아 세상과 이웃에게 하느님을 증거하고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기를 다짐했다. 이후 전국 각 교구와 본당에서는 저마다 희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펼치며 성 김대건 신부의 영성을 배우고 새롭게 되새겼다. 주교단은 성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날인 8월 21일 김 신부 탄생지 대전교구 솔뫼성지에서 또다시 한자리에 모여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도 8월 21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유흥식 대주교 주례로 기념 미사가 거행됐다. 폐막 미사는 2021년 11월 27일 교구별로 주교좌성당에서 거행한다.
영성을 배우고 사랑을 실천하는 희년살이
한국 교회는 성 김대건 신부의 삶과 영성을 일상에서 드러내고, 이를 본받아 실천하는 데 힘썼다. 희년 선포가 행사로만 기억되지 않고 성인의 정신이 신자들의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대표적인 건 모든 교구가 참여한 백신 나눔 운동이다. 한국 교회는 성 김대건 신부가 보여줬던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백신 나눔 운동을 펼쳤고, 기금을 모아 두 차례에 걸쳐 미화 200만 달러를 교황청에 보냈다. 본당에서도 이웃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뒤따랐다. 지역 내 가난한 이웃들을 찾아가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코로나 국민 지원금을 나누는 신앙 실천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희년은 성 김대건 신부의 삶과 영성을 제대로 익히는 계기가 됐다. 인천교구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 서한 묵상집」을 제작해 신자들이 성인의 순교 정신과 열정의 삶을 기억하도록 했다. 의정부교구는 청소년사목국 주관으로 비대면 신앙교육을 시행했다.
성 김대건 신부 발자취를 따라서
성 김대건 신부의 숨결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성지와 사적지, 기념 성당은 물론 성 김대건 신부의 사목지를 따라 걷는 순례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방역 지침상 개인 또는 소규모 단위의 도보 순례가 주로 이뤄졌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성 김대건 신부 순교일인 9월 16일에 맞춰 ‘임 가신 길, 임 따라 걷는 길’이라는 주제로 김대건 신부 치명 순교길 도보순례를 진행했다. 김대건 신부 순교길은 김 신부가 감옥에서 처형장으로 압송된 경로로 우포도청 터부터 서소문 밖 네거리ㆍ당고개ㆍ새남터순교성지에 이른다. 인천교구는 성 김대건 신부의 영성을 따르는 도보 순례길 9개 코스를 지정했다. 순례를 완주한 150명에겐 희년 폐막 미사 때 완주증을 수여한다.
중국 상해에서 사제품을 받은 성 김대건 신부가 조선으로 올 때 탔던 배 ‘라파엘호’의 복원 작업도 진행됐다. 전주교구는 8월 익산 나바위성당에서 기념 미사를 봉헌한 뒤 익산시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라파엘호를 축복했다. 대전교구 강경성지성당과 충청남도, 논산시는 10월 금강 하구 강경포구에 김대건 신부 일행이 탔던 라파엘호를 재현하고 축복식을 거행했다. 제주교구는 3월과 8월 제주 차귀도 갯바위에서 성 김대건 신부 일행의 제주 표착 재현 미사를 봉헌했다.
성 김대건 신부 업적 기리는 연구 활발
대전교구 당진 솔뫼성지에서는 8월 17~19일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국제 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사흘간에 걸쳐 6개 회의로 이뤄진 국제 학술심포지엄은 한국인 첫 사제 성 김대건 신부의 의미와 순교 영성, 항해 활동과 김 신부가 남긴 지도, 순례 관광에 관한 연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학자들의 발표 이외에도 기념 공연과 초ㆍ중ㆍ고등학생의 창의 체험활동, 대학원생 논문 발표 등이 어우러진 학술 ‘축제’의 시간으로 꾸려져 의미를 더했다.
각 교구에서도 희년을 기념하는 학술 대회가 열렸다. 의정부교구 교회사연구소는 6월 성 김대건 신부가 최양업 신부에게 남긴 유언 ‘우리 천당에서 다시 만나세’를 주제로 희년살이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수원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는 10월 ‘김대건 신부 가계의 거처와 신학교 생활과 사목활동’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성 김대건 신부의 삶과 신앙을 조명했다. 인천교구 옥련동본당과 정의평화위원회는 11월 ‘김대건 신부님의 삶과 신앙’을 주제로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전시회, 음악회 등 문화행사 풍성
성 김대건 신부의 생애와 정신을 기리는 전시회와 음악회, 영화 제작 등 문화 행사도 꾸준히 이어졌다.
서울대교구는 10월 한 달간 인형극(가회동성당 이야기), 연극(마흔 번째 밤), 콘서트(스물두 번째 편지), 창작 뮤지컬(우리 벗아)을 선보였다. 또 서울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은 1년간 ‘오랜 기다림, 영원한 동행’을 주제로 특별 전시회를 열었다. 성 김대건 신부가 남긴 서한과 조선전도를 통해 성인이 걸어온 신앙 여정을 펼쳐 보였다. 부산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은 12월 31일까지 ‘내면의 목소리를 신앙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성인의 유해와 성화, 기념 자료 및 사진 등을 전시한다. 대전교구는 8월 솔뫼성지를 중심으로 개최한 기념행사에서 인문학 강좌와 토크 콘서트, 뮤지컬, 음악회, 시화전 등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또 신교구청사 1층 시노드홀에서 ‘대건을 그리다’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미디어 신기술을 응용해 성 김대건 신부의 삶을 생생히 살려낸 전시로 내년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전주교구는 8월 온라인으로, 인천교구는 11월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기념 음악회를 열었다. 수원교구 가톨릭 뮤지컬극단 앗숨도미네는 11월 창작 뮤지컬 ‘위주 오만리’를 무대에 올렸다. 가톨릭 청년 생활성가 그룹 위로 프로젝트는 ‘내가 이 땅의 천주교인이라네’ 성가를 만들었고,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합창곡 ‘교우들 보아라’를 작곡했다. 박정미(체칠리아) 감독은 7월 다큐멘터리 ‘한국인 김대건’을 제작, 수원교구 유튜브로 공개했다. 성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탄생’(감독 박흥식, 제작 라파엘픽쳐스ㆍ민영화사)은 제작에 들어가 2022년 11월 개봉할 예정이다.
가톨릭평화방송은 성 김대건 신부 발자취를 따라가는 ‘순례, 김대건을 만나다’와 성 김대건 신부의 서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안드레아의 편지’를 방영했다. 또 라디오 ‘행복을 여는 아침’에서는 청취자들이 참여하는 성 김대건 신부 관련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전가톨릭평화방송은 라디오 드라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제작, 방송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1.11.28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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